2008.04.10 16:39

이별이 지나간다

조회 수 2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별이 지나간다


                                                                  이 월란



산 너머엔 봄이 왔다는 흐드러진 봄꽃의 루머처럼
충혈된 시야 속 동맥혈같은 기억의 줄을 잡고
길 건너 관광버스 한 대 지나가듯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상설시장의 인파 사이로 꼬리 감추며
무소속 정치인의 짧은 호시절 시끌벅적했던 강단처럼
용달차에 실린 어느 빈곤한 이삿짐처럼
옛집의 기억을 덜컹덜컹 흘리며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시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떠내려가는 허연 쌀뜨물처럼
누군가에 의해 예약된 압력밥솥의 자동타이머가 칙칙 푸욱
오늘의 세월을 익히듯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그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문장 남긴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돌아오고 말 방황하는 자식의 인사말처럼
언제 정신없이 달렸는지 기억도 없이 날아 온 속도위반 딱지처럼
오늘도
그렇게 손짓하며 이별이 지나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3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4.11 244
»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08
501 물 위에 뜬 잠 이월란 2008.04.09 299
500 푸른 언어 이월란 2008.04.08 225
499 첫눈 (부제: 겨울 나그네) 강민경 2008.04.06 207
498 시인을 위한 변명 황숙진 2008.04.05 238
497 겸손 성백군 2008.04.04 145
496 꽃불 성백군 2008.04.04 145
495 창문가득 물오른 봄 이 시안 2008.04.02 361
494 노란동산 봄동산 이 시안 2008.04.02 262
493 노 생의 꿈(帝鄕) 유성룡 2008.03.29 371
492 갈등 강민경 2008.03.28 219
491 사랑의 진실 유성룡 2008.03.28 258
490 그때는 미처 몰랐어요 이시안 2008.03.27 252
489 열병 유성룡 2008.03.27 168
488 무서운 여자 이월란 2008.03.26 442
487 방귀의 화장실 박성춘 2008.03.25 364
486 하다못해 박성춘 2008.03.25 166
485 저녁별 이월란 2008.03.25 160
484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3.24 142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