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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나무

2004.06.24 19:08

박영호 조회 수:307 추천:24

       푸른 향내가 나는 숲속에 가면
       나는 옷 걸친 내가 부끄럽다
       나무는 내 알몸도 보고
       내 영혼도 보고
       내 가슴 속 슬픈 흉터도 보겠지만
       그 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내게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평생 붙들고 살아온 욕망이
       이젠 늙어서 냄새가 나는지
       나는 나무 앞에 서면
       내 영혼에서 냄새가 난다

       뼛속까지 스며있는 욕망의 냄새
       나는 이를 떨쳐내기 위해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숲속에 찾아가서
       비 맞고 서있는 나무들 곁에
       나도 서서
       주룩 주룩 흘러내리는 빗물로
       내 몸을 씻어 내리고 싶다

       밤새 내린 비가 개이고
       푸른 아침이 오면
       나는 욕망이 빠져나간 청청한 가슴으로
       해가 떠오르는 들녁을 향해
       숲속을 다시 빠져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