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흐름 - 김영교

2005.07.18 16:07

미문이 조회 수:216 추천:9

예고 없이 찾아 와
가슴 서늘하게 하는 떨림

싸늘하게 식어 핏 방울 엉긴
고지 전투에서
돌기를 멈춘 부상입은 핏 톨들
적혈구의 투구을 벗고
뜨거운 심장을 떠나는 손짓들로
힘없이 떨어저 간다

때론 그리움처럼 유유히 흘러
차라리 머리를 비워버리면
다가서는
훨씬 넓어진 가슴의 위로가
발등을 덮는다

삶은
생멸의 연속
떠남이
복원의 생으로
이어지는 약속의 길

아직도 빨간 포말은
어제로 떠나보낸
나의 무관심을 탓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 아쉬움
입안 가득 고인
그렇게 뜨거운 체온
나누지 못했던 언어 하나가
발등에서 반짝 빛을 발한다

새로 태어날 생명을 위하여
빨간 흐름이 머물
나의 詩田
열심히 갈아 엎는다
보이지 않는 손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