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김병현
2019.01.19 13:00
친구
김병헌
고향 떠날 때
잠시 다녀오마고
대폿집에 앉혀두고 온 친구들
그 약속 늘어나
고무줄처럼 늘어나
어느덧 내 머리 만년설 백모 썼구나
젊은 날의 낭만과 사랑의 고뇌로 덧칠한
그 대폿집의 벽화며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대폿잔이며 곱창 굽는 냄새
무시로 내 목젖을 깨우는데
소문에 그 대폿집 오래전에 헐리고
그 자리에 낯선 마천루가 들어섰다는데
앉을 자리를 잃어버린 친구들
염동을 밖에서 떨며
아직도 그 약속 기다리고 있겠지
몇몇은 그 약속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무덤으로 변하기도 했겠지
친구여!
너희들과의 약속 고무줄처럼 늘어났을 뿐
끊어진 것 아니니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술잔
버리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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