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그녀와 함께 - 김영교

   

'Tuesdays with Morrie' by Mitch Albom. 제자 미치가 모리 교수를 화요일 마다 방문한다. 교수는 치명적인 루케릭 병을 앓고 있다. 스승의 고통을 지켜보는 제자의 참으로 인간미 아름다운 얘기이다. 사력을 다해 처절한 고통의 밑바닥을 왕래하는 한 인간의 고독은 우리 모두의 절대고독이며 가슴 아픈 감동이었다. 다른 차원의 삶이 내 눈을 뜨게 했다. 죽음에 대한 나의 해석이 달라졌다.(p104) '죽는 법을 알면 사는 법도 안다.' 2002년 완독했다고 책 끝에 적혀 있다.

   

루시아는 화요일 마다 쉰다. 그녀는 멋스럽게 분위기 파다. 그녀는 나를 싣고 허연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PV 언덕을 음악을 들려주며 운전하기를 좋아한다. 낮이 길어지는 계절이면 우리는 화요일 마다 부런치를 바닷가 유명 식당을 돌며 이색 음식문화를 즐기곤 했다. 그때는 그녀가 골프와 직장, 그리고 시 창작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길 건너 살던 그녀는 콘도를 팔고 같은 동네 뒤뜰이 넓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아주 잘생긴 강아지 시바이누 식구가 늘었다. 텃밭도 있고 화초도 과실수도 있다. 군데군데 행복이란 나무가 심겨져 싱싱하게 잘 크고 있는 뒷뜰이 방문객인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도 정겹게 놓여있어 돌아보는 발길도 덩달아 행복해 졌다.

 

고구마와 팥을 넣어 손수 만든 앙꼬 현미빵이 식기 전 따끈따끈할 때 우리 집으로 배달된 적이 있었다. 정성이었다. 건강식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희귀 암으로 지금 그녀는 투병중이기 때문이다. 외식을 잘 안하는 그녀가 지난 화요일 리돈도 해변가 Polly식당으로 우리 내외를 초대했다. 바닷가 그 식당은 바다 가운데 떠있는 듯 삼면이 출렁이는 푸른 바다이다. 바다낚시 꾼들을 위해 새벽 6시에 식당을 열어 수년 째 성업 중이다.

 

식사 후 덱(deck)에 나가 남가주의 아침나절 햇볕을 후식으로 들여 마셨다. 놓치지 않고 그녀는 우리내외 사진도 찍어주었다. 사다리에서 낙상해 구부러진 자세의 남편과 찍은 근래 사진이 마침 없었다. 홈 쿠킹 스타일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다음에 길 찾기 쉬우라 식당주소도 사진 찍어 카톡에 벌써 입력해주었다. 길이 없는 듯싶은 물가산책로로 우리를 안내 해주었다. 늘 보면 손아래 그녀는 사려 깊고 준비성이 많았다. 어느 틈에 차에서 가지고 나온 챙 달린 모자를 우리 내외 머리에 얹어주며 팔도 부축해 함께 걸었다. 조금 전에 선물 받은 꽃무늬 스카프가 내 목에 반쯤 감친 채 저도 기쁜지 바람에 나부껴 주었다. 목이 길어 내 목은 늘 시려했다. 

 

지난주 우리 내외는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바닷가 식당으로 초대한 그녀의 숨은 의도는 바로 우리의 결혼기념일 번개 초대 여서 가슴에 이는 의미가 남달랐다. 병원 출입이 잦은 그녀가 시간을 내 외출을 했는데 그것도 바닷가로 우릴 초대한 것이다. 공기도 햇볕도 너무 좋았다. 맑게 갠 남가주의 푸른 하늘은 수평선과 맞닿아 더없이 아름다운 바다경치를 뽐내며 우리 눈앞을 출렁댔다. 심호흡을 하며 고스란히 마음에 담았다.

 

이토록 다정다감한 이웃 친구가 지금 투병중이라 선험자로서 마음이 몹시 쓰인다. 우리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둘 다 시를 쓰는 시인이다. 또 강아지를 무지 좋아한다. 게다가 투병의 경험 있어 공감하는 점이 많아 건강식과 환우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다. 이런 젊은 친구를 내 삶의 여정에서 만나 누리는 이 사귐은 행운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바로 오늘 초대가 내가 좋아하는 화요일, 우연찮게 신문기자 Mitch제자가 Morrie교수를 만나던 화요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세월의 파도가 주말을 끼고 치솟는다. 화요일을 분기점으로 잔잔해진다. 많은 화요일 물살이, 아삭대는 남가주의 해풍이, 루시아의 암 복병들 제거, 완쾌되기를 마음속 깊이깊이 간구의 념(念)을 쏟아 빈 화요일이었다. 2-6-2017 퇴

틈 - 김영교


단단한 시멘트 주차장

빗방울이 금을 낸다 

바퀴가 누르고 구둣발이 비벼 더 부르트는 작은 균열 

오랜 어둠속에 얼굴 묻고 

딱딱한 껍질 안에 갇힌 시선


물끼가 기웃거린 오전 

비상구를 찾아 더듬거리던 모가지 

모래알에 섞여 어둡고 메마른 시간을 견디며

아픔이 비집고 뚫어 내미는

찬란한 저 초록을 보라 


갈라진 공간을 향한

저 꿈틀 대는 몸부림 

그 위에 쏟아지는 엉청난 하늘


금이 간다는 것은

틈을 부추기는 파격  

또 다른 세상으로의 진입 


스며드는 회복 한 줄기

틈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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