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댕큐, 닥터 칼라 (Dr. Color)

2017.01.06 19:01

김영교 조회 수: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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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큐, 닥터 칼라  (Dr. Color)

 

은은한 연두색 일색이다. 오라버니가 입원해 있던 B 병원 인테리어 색체이다. 천장, 벽지, 카펫, 유리창 문이며 커텐, 창틀셔터, 타일 바닥, 또 간호사 유니폼까지도 연두 색이 주된 색깔이다. 독일과 자매결연 이 병원에 들어서면 유리창이 많아 환한 내부 부터가 온통 일류 호텔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와보는 방문자 까지도 마음이 안정되고  팽팽한 긴장감하고는 거리가 먼듯 편안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환자의 고통이 완화되고 환우의 회복을 분명 앞당겨 줄것 같았다. 이제 세상은 변하여 속도의 편리한 세상이고 차만 타고 다녀서인지 질병 또한 많은 세상이 되었다. 대응하는 테라피도 그 만큼 많고 다양하다. 


칼라 테라피(Color Therapy)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뜨고 있는 요법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병원 실내를 안정과 쉼을 주는 색깔로 꾸민 치유개념과 무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흔히 초록 연두색을 생명 색에 포함시키는 그 부류의 칼라를 선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B병원은 분명 앞서가고 있는 최첨단 차원이었다. 

 

서울 체류 병간호 기간을 끝낼 즈음 연두색상에 온통 마음과 몸이 젖어있었다.  그 실내 색조에 절여진듯 짜면 연두색이 내 몸에서 주룩 흘러 나올것 같았다.  그 잔여 기운을 품고  나는 LA로 돌아왔다. 마침 5월 말이라 남가주는 초록 휘장이 너울대고 있었다. 주위에 친한 선배 한분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혼자된 후 심리적으로 불안한지 외로움을 토해내며 울기도 잘했다. 잠을 설친 다음날 나를 부른 선배는 초조한듯 접시 떨어뜨리고 넘어져 이마도 찢겼다고 했다. 나는 그런 선배가 안타까웠다. 방문온 딸 얘기는 벌써 잦은 사고로  에머젼시 출입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음식하기를 좋아하던 선배는 부엌을 멀리하고 밖에서 구역식구들의 도움으로 줄곧 외식을 해 왔다는 것이다.

 

직장으로 돌아간 딸의 부탁으로 나는 선배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나는 담당 의사를 거쳐 신경과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진정제 약처방과 간병인 사람처방을 받았다. 천경자 그림을 좋아하는 선배는 색깔 데라피를 소개받았다. 서울의 B병원이 떠올랐고 그 후 하나하나 부엌 가제도구를 연두색깔로 바꾸어 안정감을 시도해봤다. 부엌 벽에 거울을 달아 환함과 넓음의 곱배기 효과를 시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그 온실 같은 아늑한 부엌에서 이제는 커피도 토스트도 손수 해 드신다. 도마며 커피 머그잔도 또 키친타월 까지 연두색으로 바꿔봤다. 로랜드란 상점에는 치료에 맞는 각가지 색깔의 부엌도구들이 많았다.  집주인 선배는 연두색을 갈아입은 부엌에서 이제는 음식을 만들곤 한다. 많이 회복된 증거다. 옆에서 보는 나도 속으로 무척 기뻤다. 배란다에도 식물가족 화초들이 배치되었다. 구석구석 알맞게 연두색 깔이 생명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칼라 치료라는게 비로 이런게 아닐까. 심리적으로 이렇게 한 몫을 감당할 줄은 기대 이상이었다.

 

칼라 요법은 색깔을 이용하는 전문치료법이다. 색깔에 있는 각각 강력한 고유의 파장과 에너지를 이용해 신체와 마음을 치료하는 원리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각의 인식을 통해 뇌 호르몬을 유도해서 힐링에 이르게 하는 색깔요법이라는 것이다. 내가 봐도 이 기능이 적중한 게 바로 선배의 경우 같다. 서울의 B 병원 인테리어나 선배의 공포증 해소 케이스만 봐도 그렇다. 색깔요법은 신체, 정신, 감정이 조화를 이루게 하여 통합 치유에 다가가게 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그 효과가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정상인이지만 내가 외출할 때 밝은 의상을 입으면 스스로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 자가치유 이치와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을 가까이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색깔요법을 적용하다보면 다운되는 사람의 하루하루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결론이 선다. 곱고 밝은 색깔의 옷을 입고 어울리는 스카프 엑센트로 외출을 할 때나 밝은 색의 가방이나 신발도 도움이 된다는 것, 모두가 색깔 데라피를 경험으로 알게 해주는 칼라 힐링이 아닌가.

 

힐링이란 말을 나는 좋아한다. 힐링의 효과를 체험해서 더욱 그렇다. 음악을 통하면 뮤직 데라피, 시를 통하면 시 치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이 보급 적용되고 있는 이 색깔치료야 말로 일상에 적용하기 아주 쉬운 처방이 아닌가. 대박이다. 의 식 주 안에 있는 조화 있는 색깔의 기능을 깨닫는게 지름길이다. 비 온 후 하늘에는 무지개, 지상에는 사계절 꽃, 채소, 과일 등 자연은 절묘한 도움의 공동체다. 색깔로 생명에 참여하도록 인간에게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빛이 있어 세상을 반사하고 또 세상을 품기도 한다. 빛은 색깔의 모체가 아니던가! 자연안에는 자연 치유가 숨어 있어 웰빙의 근원을 이룬다. 지금 선배는 색깔사이를 왕래하며 춤추듯 살고 있다. 햇빛을 받으며 공원을 산책할 만큼 선배는 안정되었고 입맛도 돌아와 많이 건강해졌다. 댕큐, 닥터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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