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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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동쪽 마을에서

2020.12.02 14:05

전희진 조회 수:152

동쪽 마을에서

전희진

 

피뇬힐의 작은 산동네 마을은 언제나 노을이 파다하다

노을의 지는 힘으로 저녁 밥솥의 밥이 부글부글 끓고

설익은 산등성을 기어오르는 개들이 카요테 무리들에 맞설 근력을 키운다

무리를 기억은 없다

다만 열렬한 목소리들이 사력을 다해 하늘을 붉힐 뿐이다

어둠의 얼굴이 친숙해질 때까지 나는 카모마일티를 기울인다

어젯밤 그림자가 키우던 입의 작은 마리를 잃었다

사나운 불빛 뚝뚝 떨어진 마을의 모든 개들이

어둠에 달겨들어 한목소리로 내일을 기약했다



- 시산맥, 봄호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