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00:39
▲사진:서울 경동시장 약재 코너에 나열된 각종 한약재 전경(全景) / 소니a7M3 카메라-소니 50mm 단 렌즈
▲사진:안국역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나들이 한 시민들 / 소니a7M3 카메라-소니50mm 단렌즈
높고 낮음이 없다.
물론,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문장가(文章家)정국희는 아직은…이라는 것 뿐.
그리하여
우아한 두 영혼의 절창(絶唱)에 빠졌다.
한강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하루가 끝나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둔다
저녁이 식기 전에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은 서랍 안에서 식어가고 있지만 나는 퇴근을 한다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는 퇴근을 한다 저녁이 식기 전에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듯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퇴근을 하고 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나는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면서 저녁을 꺼내어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
하루의 끝에서
정국희 / 단전호흡
밝음과 어둠 한 곳에서 나오 듯
사랑과 미움도 본래 한 몸이었을 터
지그시 눈감고 심호흡으로
뒤적뒤적 어둔 구석을 뒤적인다
살 속에 길을 내놓고
숨죽이고 있던 애증과 갈등
천천히 포개지고 나눠진다
들숨 날숨 속 이물처럼 끼어
몸 안과 밖을 드나들던 못된 심성
몸 속 어드메 숨어 있다
종횡무진 핏돌들 마음데로 조정한 걸까
저 심성도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 되었으리
그러다 문득
살아온 세상이 부러진 삽 자루 같은 날
아슴아슴 차오른 미식거림이 미움으로 변했으리
서러운 미움
위장胃臟 속에 위장僞裝한 채 살았다 할지라도
이것 또한 살아있는 흔적이라면
아직은 더 모질어야 하리
잘 삭은 미움 하나는 그대로 두고
호흡을 움켜쥔
설익은 심성만 날숨으로 끄집어 낸다
이산해 / 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