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2009.09.21 06:56
>>클림트의 풍경그림
>>
>>
>> 클림트는 모두 220여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1/4이 풍경화이다.
>>대부분 클림트가 1900년에서 1916년까지
>>플리게 자매들과 함께 여름을 보냈던 오스트리아 북부의
>>아터 호숫가의 풍경을 담고 있다.
>>
>>
>>
>>
>>
>>
>>
>>비온뒤의 풍경
>>
>>
>>
>>그런데 이 그림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단조로운 시골생활 속에서 일상의
>>동기부여를 위해 그린 것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클림트의 풍경화 속에는 이야기도 없고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근법은 교묘하게 비틀려 있고
>>빛의 방향조차 일정하지 않다.
>>
>>
>>
>>
>>
>>
>>
>>
>>
>>고요한 호수
>>
>>
>>
>>단지 빛의 확산과 관조적인 울림만이 있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그림 전체를 지배하는 고요함은 인간의 행위나
>>동적인 에너지가 끼어들 여지를 아예 없앤다.
>>클림트 풍경화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정사각현 형태가 이 집요한 정적을 강조한다.
>>움직임과 방향성의 결여는 그림 속 풍경을
>>초시간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고
>>물리적 자연을 넘어선 영적인 자연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곳은 어떤 모습 인가.
>>
>>
>>
>>숲 깊숙한 곳에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
>>수평선이 높게 잡힌 호수 표면에
>>반사되는 빛의 떨림.
>>캔버스 가득 펼쳐지는 초원에 피어 있는
>>꽃과 풀의 반짝임.
>>사람의 자취는 없이 자연 정경만이
>>펼쳐지는 풍경화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힘이 부족하다.
>>풍경화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사람의 자취
>>적어도 "나" 라는 일인칭 자아에 의해
>>굴절된 풍경을 바란다면.
>>그래서 내면의 갈망과 외침이 뚝뚝 묻어나기를
>>바란다면 클림트의 풍경화는 분명 재미가 없다.
>>
>>
>>
>>
>>그렇지만 클림트의 풍경화를 그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의 작품 1/4이 보여주는
>>풍부한 감수성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을
>>미리 닫아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여기에도 클림트 특유의 감성이
>>가득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
>>
>>
>>흔히 클림트가 인물화나 다른 주제의
>>그림 배경으로 풍경을 사용하지 않았고
>>풍경속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의 풍경화가 지닌 의미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클림트는 여인들을 그렸을 때처럼
>>풍경화에서도 정교한 세련미를 보여주며
>>여인의 초상화와 풍경화가 서로 겹쳐지지 않는 것도
>>각자가 가진 의미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
>>
>>
>>게다가 "분위기밖에 없다." 는 그의 초기
>>풍경화에서도 상징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숲 깊숙한 곳에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나무들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고독감과 닮았다
>>
>>
>>
>>.jpg)
>>
>>
>>
>>
>>숲에 떨어진 낙엽이나 나무 껍질을 묘사한
>>갈색과 회색의 물결은 자연의 순환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우울한 마음을 담아낸 듯하다.
>>어둡다 못해 음침한 느낌까지 드는 늪과 호수는
>>또 어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심연을 연상시킨다.
>>
>>
>>
>>호수 표면이나 들판 가득 피어 있는 꽃잎들 위로
>>반짝이는 빛은 덧없이 사라지는
>>삶의 순간들이 연상된다.
>>물론 클림트 초기 풍경화는 우울한 분위기만
>>느끼게 한다는 말도 틀리진 않다.
>>그 세계가 보여주는 자연 낯설고 음산하여
>>우리를 몹시 감상적이고 우울하게 만든다.
>>
>>
>>
>>우리 삶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고
>>이승의 모든 것을 포기한 지친 영혼이 택한
>>자연이기 때문이다.
>>산도 하늘도 별도 구름도 없는 자연이다.
>>나무와 호수, 초원만이 바라볼 가치가 있는
>>유일한 대상인 듯 풍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
>>
>>
>>
>>
>>
>>
>>
>>무작정 셔터를 눌러서 찍은 사진처럼 임의적이고
>>우발적인 느낌,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는 공간구성.
>>원근법을 무시하고 멀리있는 것을 가깝게 묘사한 평면적 구성
>>사방으로 흩어지는 빛의 방향 등은 그림 전체의
>>독특한 분위기를 위해 계산된 것이다.
>>
>>
>>
>>클림트는 소재 선정이나 작업틀을 잡기 위해
>>카메라 뷰파인더 기능을 하는 사각틀을 사용했으며
>>원경을 근경처럼 그리기 위해 망원경이나
>>오페라 글라스를 사용하곤 했다고 한다.
>>이러한 클림트 특유의 구획 선택은 여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
>>
>>
>>어쨌든 사람들이 그의 풍경화 앞에서 시선을
>>어디로 둘지몰라 당황해 하면서도 그림이 가진
>>섬세한 분위기에 끌리는 것은 이 우발적으로 보이는
>>세밀한 의도 때문이다.
>>1900년대로 접어 들면서 클림트는 초기의 인상주의적인
>>풍경화들, 특히 숲 그림에서 멀어졌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한 순간을 포착하고
>>강조하는 따위의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
>>
>>
>>대신 단조롭게 표현된 풍경의 세부묘사와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두움의 대조를 극대화하여
>>시간을 초월한 자연의 한 부분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기묘하게 그려진 황량한 정경도
>>차츰 사라졌다.
>>
>>
>>
>>
>>
>>
>>
>>
>>
>>이것은 클림트의 다른 그림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을 지배하던 죽음의 그림자와
>>불확실성이 차츰 더 밝은 "기대"와 "충만"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자연을 지배하던
>>어두운 색조와 침울한 분위기도 사라졌다.
>>
>>
>>
>>클림트의 후기 풍경화들은 여러 면에서
>>초기 풍경화와 다르다.
>>특히 후기에는 색채가 그림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강조된다.
>>
>>
>>
>>이것은 풍경화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작품에서도
>>보이는 변화로 그가 역사주의 회화나 상징적
>>우화적 내용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회화적 자유를
>>얻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빡빡한 느낌이 들 정도로 두텁게 칠해진 물감층은
>>다양한 색채로 조밀하게 구성하여 그림 안 공간을
>>색의 장막으로 가린 느낌이다.
>>
>>
>>
>>이 색의 장막 뒤로 펼쳐진 공간을 우리가 볼 수 있으므로
>>"투명한 베일" 이라 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 두께나 닫혀진 느낌 때문에 불투명한
>>장막이라는 말이 옳겠다.
>>
>>
>>
>>
>>
>>
>>
>>
>>
>>
>>클림트의 "모자이크 양식" 풍경화 중 가장 아름다운
>>아터 호숫가의 시골집(여름풍경)은 이 장막과
>>또 다른 배후를 훌륭하게 드러내 준다.
>>이 그림은 모자이크처럼 작은 붓질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구성하고 있으면서도 하나하나의 붓질이
>>전체 구성에 거슬리기는 커녕 잘 융화되어
>>절로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
>>
>>
>>그림의 형식과 기법이 하나로 녹아 있는
>>이 아름다운 그림 앞쪽에 펼쳐진 초원은
>>세심하게 장식된 융단처럼 부드럽다.
>>
>>
>>
>>
>>
>>
>>
>>
>>
>>나무들과 관목 덤불, 집은 형체가 불분명하여
>>신비한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일까. 전혀 사실적이지 않고 풍경이
>>모호하게 뒤섞인 듯한 이 그림에서 오히려 사실적인
>>그림이 줄 수 없는 어떤 것. 현상 배후에 있는
>>실제 혹은 진실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
>>
>>
>>이처럼 실재와 진실이 환기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 그림이 가진 완벽한 조화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실제와 진실은 결코 들추어서는 안 된다는
>>베일 뒤에 숨어 있는 이시스 여신상이 가진 의미와 통한다.
>>
>>
>>
>>
>>이집트의 사이스에 있다는 이시스 여신상은 베일로 가려져 있다.
>>이 베일 뒤에는 진리가 숨겨져 있지만
>>베일을 걷어 올리는 일은 금지되어 있다.
>>실러의 시 <베일로 가려진 이시스 상(1795)>이나
>>노발리스의 <사이스의 수련사(1798)>는 이 전설을
>>다루고 있다.
>>
>>
>>
>>성스러운 베일을 들어올려 진리를 보는 일을 금지한
>>배후에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진리가 두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이것은 우리가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여기서는 베일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아터 호숫가의 시골집>은 그림 전체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장식적 막, 혹은 베일의 역할을 한다.
>>
>>
>>
>>
>>
>>
>>
>>
>>
>>
>>보는 이를 한눈에 매혹시키는 이 베일은
>>투명하게 그 뒤를 비쳐 보이는 듯하면서도
>>도저히 꿰뚫어볼 수 없게 한다.
>>유혹하면서 한편으로 고집스럽게 자신을
>>감추는 이 베일이야말로 이시스 여신 상 앞에
>>드리울만하지 않은가.
>>
>>
>>
>>클림트의 풍경화에는 문이 없다.
>>그림을 보면서 문을 찾던 우리는 어느새
>>그림에 갇힌 자신을 발견한다.
>>이시스의 베일 앞에서 바깥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던 우리가 어느 순간에 베일 안에 들어와
>>"입구 없음"이 "출구 없음" 이 되어버린 상황과 같다.
>>
>>
>>
>>후기에 클림트는 물이나 나무, 초원 같은
>>순수한 자연보다는 건물들, 특히 아터 호수둑을 따라
>>형성된 촌락들을 묘사하는데 주력했다.
>>
>>
>>
>>
>>
>>
>>
>>
>>
>>그렇다고 해서 클림트가 인간적인
>>자연으로 시선을 돌렸다고 볼 수는 없다.
>>후기 풍경화 속의 세계 역시 인간과 무관하게
>>고유의 생명을 가진 우주이다.
>>그 우주에서도 하늘이나 구름, 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
>>
>>
>>순수하고 근원적인 자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는
>>풍경은 인간의 작업이나 인간의 행위를 묘사하기는 커녕
>>자연 속에 남겨지기 마련인 인간적 행위의 흔적조차도
>>제거하고 있다.
>>원래 인간의 흔적을 간직하게 마련인 밭이나 오솔길
>>심지어 건물들조차 손상될 수 없는 유기적 자연의
>>일부이거나 그것을 장식해 주는 이미지로 환원된다.
>>
>>
>>
>>
>>
>>아터 호수 주변의 정경을 그린 여러 그림 중 하나인
>>아터 호숫가 운터라흐의 집들 은 여러 집들의 몸체가 모여
>>전체 그림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근법에 따른 원경과 근경의 차이는 거의
>>무시한 채 멀리 있는 것도 마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가까워 보이는 그 세계에 다가설 수가 없다.
>>이 그림에서는 원근법을 비틀어서 얻은
>>평면성이 베일의 역할을 한다.
>>
>>
>>
>>다양한 색채로 촘촘하고 부드럽게 칠해진 지붕들은
>>다소 듬성듬성 채색된 나무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고
>>호수의 둑 위로 자잘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그려진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손을 뻗어도 그 꽃을 만질 수가 없다.
>>이처럼 인간적인 공간이 인간과 무관하게 제시되었고
>>우리 삶과 무관할뿐더러 우리가 설자리 조차 없어 보이는
>>풍경 앞에 있건만 초조하지 않다.
>>우리 영혼의 또 다른 풍경이기 때문이다.
>>
>>
>>
>>
>>
>>
>>
>>
>>
>>
>>.jpg)
>>
>>
>>
>>
>>
>>
>>
>>
>>
>>
>>
>>
>>
>>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 그림 | 금벼리 | 2009.09.21 | 263 |
| 39 | 고향의 봄 | 이영숙 | 2009.09.19 | 273 |
| 38 | Amazing Grace / Nana Mouskouri | 이영숙 | 2009.07.28 | 307 |
| 37 | IOU / Carry and Ron | 이영숙 | 2009.07.08 | 418 |
| 36 | 내가 원하는 한가지 | 이영숙 | 2009.06.28 | 404 |
| 35 |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포함 33곡 모음 | 이영숙 | 2009.06.21 | 272 |
| 34 | 향수 | 이영숙 | 2009.06.19 | 181 |
| 33 |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Carry me back to old Virginny) | 이영숙 | 2009.06.10 | 514 |
| 32 | 환상의 묘기 | 이영숙 | 2009.06.08 | 166 |
| 31 | 삶이 어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 이영숙 | 2009.06.06 | 132 |
| 30 | Domenico Ghirlandaio (1449-1494) | 이영숙 | 2009.06.03 | 123 |
| 29 | 비매품 목록 | 금벼리 | 2009.05.05 | 172 |
| 28 |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 이영숙 | 2009.05.17 | 214 |
| 27 | 멋진 복수 | 금벼리 | 2009.05.05 | 132 |
| 26 | 참 맑고 좋은 생각 | 이영숙 | 2009.05.04 | 146 |
| 25 | 험한 세상에 다리되어 | 이영숙 | 2009.04.21 | 132 |
| 24 | 아름다운 금수강산 | 이영숙 | 2009.04.14 | 265 |
| 23 |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야 중 할렐루야 /켐브리지 킹스 컬리지 합창단 | 이영숙 | 2009.04.13 | 337 |
| 22 | Summer Wine | 이영숙 | 2009.04.06 | 156 |
| 21 | 아름다운 꽃 | 이영숙 | 2009.04.05 | 1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