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시
2017.12.16 04:01
한강
언제부터인가
한강은 자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가슴속을
흐르기 시작했다
흐르고 흐르면서 강은 언제나
사람들의 사람이었고 사람들의 마음이었고 사람들의 강이 되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강물이 몸을 뒤척이며 눈부시게 반짝일 때면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 강을 오며가는 사람들
지금은 강에서 멀리 떠나와 있지만
언젠가는 강 곁으로 다시 돌아오리라는
스스로의 언약을 간직한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도
강은 희망과 기대와 그리움으로 흘러갔다
때때로 강은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한탄과 비애를
제 몸 넘쳐흐르도록 실어 날랐고
눈감지 못한 육신들의 영혼을 제 몸 깊이 받아주었고
피맺힌 절규를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강은 사람들의 가슴속을 말없이 흐르고 흐르면서
상처를 씻어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사람들이 강으로 나왔다
그들은 저문 강둑에 앉아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강이 할머니 할머니의 강이
그네들의 가슴과 아이들의 가슴속으로
깊이깊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강을 따라 도시가 일어섰다
강을 따라 공원이 들어섰다
강을 따라 다리가 놓이고 강변도로가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강을 껴안고 강과 함께 노래하고
강과 함께 춤을 추었다
반만년동안 우리의 가슴속을 흘러온 강
또 반만년을 지나서도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을 흘러갈 강
한강은 자신을 찾아오는 우리들이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왜 오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왜 가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다만 흐를 뿐이다
함께 울고 웃는 이들과 더불어 흐르고 흐를 뿐이다
오늘도 제 가슴 깊이로 흐르고 있는 강
한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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