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27
어제:
19,791
전체:
5,935,024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606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7 노안(老眼) 이월란 2008.05.10 413
276 천(千)의 문 이월란 2008.05.10 440
275 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이월란 2008.05.10 463
274 홍엽 이월란 2008.05.10 449
273 사는게 뭐래유? 이월란 2008.05.10 416
272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480
271 詩 2 이월란 2008.05.10 442
270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413
269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391
268 손끝 이월란 2008.05.10 389
267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402
26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408
26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403
264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426
263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507
262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645
261 이월란 2008.05.10 397
»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606
259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449
258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425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