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사과(Apple) 이야기
오정방
내 바지 주머니 속엔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사과 하나가 들어 있다.
누군가 한 입 베어 문 듯, 장난기 어린 미소가 새겨진 사과. 이 사과를 생각하며 나는 오늘 다섯 개의 사과를 떠올린다.
첫 번째 사과.
에덴동산의 그 사과.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 “먹지 말라.” 빛깔은 탐스럽고, 향기는 달콤했으나 아담은 이브의 손을 잡고 따서 그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낙원은 닫히고, ‘원죄’라는 그림자가 세상에 번졌다.
두 번째 사과.
신들의 잔치. 불화의 여신이 황금빛 사과를 내놓았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파리스의 손끝이 헬렌을 향하던 그 순간, 트로이의 멸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이 사과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렌을 차지하긴 했으나 트로이 멸망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뤘고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했다.
세 번째 사과.
스위스의 사냥꾼, 윌리엄 텔.
오만한 총독이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숨을 고르고,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은 사과를 관통했고, 훗날 총독의 심장도 꿰뚫었다. 그 한 번의 용기가 독립의 불씨가 되었다.
네 번째 사과.
뉴턴의 발밑에 떨어진 사과 하나.
“만물은 서로를 끌어 당긴다.” 그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실이 되어 세상을 묶는 하나의 법칙이 되었다.
다섯 번째 사과.
오른 쪽이 베어 먹힌 하얀 로고, 이름은 애플.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유작은 아이폰 4S.
그는 예순을 채우지 못한 나이에 떠났지만 그가 만든 작은 신기한 기계는 사람과 사람을, 세상과 세상을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주머니 속 그 ‘사과’가 울린다. 손끝에 전해지는 진동, 화면 위로 번지는 빛.그건 진짜 사과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야기를 품은 다섯 번째 사과다.
애플사를 창업한 Steve Jobs 는 1955년 2월 24일에 태어나 2011년 10월 5일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짧은 생애 동안 그는 공학을 공식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300개가 넘는 미국내 특허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10대 발명품은 1. 애플 I(1976), 2. 애플 II(1977), 3. 리사(1983),
4. 매킨토시(1984), 5. NeXT 컴퓨터(1989), 6. 아이맥(1998), 7. 아이팟(2001),
8. 아이튠 스토어(2003), 9. 아이폰(2007), 10. 아이패드(2010) 등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로렌과 4자녀가 있다.
스티브 잡스, 나는 그의 천재성과 열정에 크게 놀라며 늘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