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견
2024.05.25 20:59
Anchor Animal Hospital 에서 진료를 기다라니는 동안../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Lily 가 죽은 다음 마음놓고 여가를 즐기는 검정고양이/나의 집 앞뜰에서
나의 반려견
김수영
나의 반려견 릴리가 병이 났다.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아 키운 지가 18년이 되었다.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정성 들여 키웠다. 그런데 일 년 전부터 비실비실 활기가 없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장이 조금 부어 있다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고 병세가 조금 호전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기침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다른 병원엘 가 보았다. 친구가 소개해 주었는데 명의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곳이다..
친구가 소개해 준 수의사는 한인이었다. 그는 애완견의 병세를 매두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선 X-ray를 찍어야해서 모두 검사를 받 한다고해서 모두 검사를 받았다. 수의사는 컴퓨터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릴리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 증세가 마지막 단계라고 했다. 우선 두 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 아침저녁으로 약을 정성껏 먹였다. 놀랍게도 약의 효능 덕분인지 릴리의 상태는 아주 좋아졌다. 기침 횟수가 줄고 활기를 좀 찾는 것 같다. 그동안 밥도 잘 안 먹었는데 식사도 꽤 잘해 여간 고맙지않다. 수의사는 숨이 차도록 운동을 시키지 말고 심장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삼가야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며칠 전에는 수의사가 전화를 걸어 릴리의 병세를 물어보았다. 증세가 많이 좋 아진다고 했더니 참 다행이라며 잘 간호하라는 당부를 했다. 미국에서 꽤 오래 살았지만 수의사가 직접 전화해서 아픈 개의 상태를 물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친구의 말처럼 명의 임이 틀림없다. 참 고마운 수의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잘 동물을 돌보아 주니 병원은 항상 애완동물로 붐빈다. 진료를 위해 3시간이나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공원에 데려가며 산책을 했는데 이제는 심장에 무리가 갈 까 봐 산책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한다. 호수의 오리들이 밖으로 기어 나와 호수 주위를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면 릴리가 흥분해서 짖어대면 심장에 무리가 갈 것 같아 자주 못 가게 된 것이다.
뒷마당에는 아주 큰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가끔 땅다람지(gopher)가 뒷마당을 파 해치기 까닭에 고양이가 오는 것을 내 버려두었다. 고양이에게 밥도 주고 물도 주면 먹고 뒷마당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땅다람쥐가 얼씬도 못 한다.고양이가 아주 새까만 색깔이라 에드가 알란 포의 검정고양이기 때문에 보기가 섬뜩하기 때문이다. 애드가 앨런 포소설 속에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가 연상돼 무서울 때도 있지만 땅다람쥐를 막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덩치가 큰 이 고양이가 뒷마당에 서성이면 릴리가 보고 흥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집안에서 난리다. 페디오 문을 열어 주면 쏜살같이 고양이에게로 달려든다. 고양이는 으러렁거리며 두 앞발을 휘두르며 릴리에게 달려든다.
작은 개 페니도 질세라 고양이에게 달려들지만 번번이 위협당하고 물러나고 만다. 이 고양이도 배포가 보통이 아니다. 애완견 두마리가 달려드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고 발톱으로 할퀴려 끈질기게 달려든다. 결국 애완견 두 마리는 뒤로 물러나고 만다.
이제 릴리가 흥분하면 숨을 헐떡이기 때문에 병새가 더 악화할 수 있어서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고충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고양이는 시커먼 몸체를 드러내며 왕자가 군림하듯 나타나곤 한다. 이제는 먹이도 안 주기로 했다. 땅다람쥐가 나오든 말든 릴리를 생각해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제 릴리는 심장이 크게 붓고 폐에 물이 차 있어 숨을 쉴 때 온몸이 들썩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않다. 고양이가 아무리 뒷마당에서 서성이더라도 못 본 척 그냥 있으면 좋으련만 그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무법 침입자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생결단 짖어데고 달려드는 모습이 가상하고 기특하고 눈물겹다.
나의 반려견 두 마리는 달려 들어도 뒤로 물러가지 않고 발톱으로 할퀴며 끝까지 버티는 고양이 앞에 주저앉아 쳐다만 보고 있다. 죽음을 앞둔 릴리는 끝까지 뒷마당을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고양이에게 짖어대다가 죽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주인을 지키겠다는 충성심이 지극정성이다.
나는 주님께 향한 충성심이 지극정성인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고마운 나의 반려견, 릴리야!/2024년 6월 7일 중앙일보 문예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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