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0 11:17
실버타운으로 옮겨 몇 년간 살다보니 가끔 이 곳 생활자체가 코메디로 여겨진다. 그래서 터트리는 웃음이 나름대로 고립(?) 된 삶에 활력소가 되곤 한다. 남은 노년을 그럭저럭 보내는 인생들이다 보니 거이가 다 젊을 때 처럼 이것저것 가리고 살지도 않치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편하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은 옛날 버릇 못 버리고 좀 우쭐하고 나설 때도 있지만 그래봤자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눈썹하나 까딹 안한다. 아무튼 사람들에게서 직선적으로 나타내는 말 과 모습 들에 자주 웃곤한다.
며칠 전 예전대로 주중에 모이는 클럽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회비를 담당하는 클럽책임자 제인이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이유는 매번 같다. 자신이 혼자 일을 다 감당하는 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누가 알아서 책임자 일을 맡으라고 하며 장부 책을 밀어 버리는 것이었다. 매주 반복되는 불평이지만 그날따라 더 심했다. 사실인즉슨 이 사람 저 사람이 수시로 도와주고 있고 상황이 그러하니 알랜이 책임자를 맡겠다고 자원해 왔다. 하지만 제인은 다음 모임을 시작할 때마다 그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여전히 클럽을 진행시켜 나간다. 이렇게 매주 반복되는 이유는 제인이 디멘치아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당신이 직책을 그만두겠다고해서 알렌이 맡기로 했잖습니까?” 그날따라 사람들이 제인에게 기억을 상기시키 고자 더욱 힘을 기울였다. 제인은 대수롭지 않은듯 “내가 정말 그랬나요? 괜찮아요, 아직까지는 할만해요”. 하지만 끝 나가는 시간이 되자 다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인이 원래 사람 자체는 심성이 착하고 열심히 봉사해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그런 거니 하면서 불평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아무튼 클럽활동을 마치고 나오다가 우리 4명의 친구들이 멈춰서서 걱정스럽게 얘기를 시작했다. 존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인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어떻하지? 클럽을 계속 이끌어 나가야 되는데 제인이 계속 저러고 있으니…”. “디멘치아가 무섭긴 무서운 병이네”, 톰이 끼어들었다. “사실 제인이 우리보다 몇 살 더 먹었을 뿐 우리도 안 걸린다는 장담을 못 하잖아”.
갑자기 마누라를 깎아 내리기 좋아하는 알렌이 화살을 돌렸다. “내 마누라 자넷도 디멘치아 걸린 것 같아”. 톰과 존이 화들짝 놀라며 동시에 말을 던졌다. “그래?” 하지만 나는 알렌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알렌, 자넷, 나와 셋이서 얘기하다 보면 사실 말할 단어를 수시로 잊어버리는 건 알렌이고 그럴 때마다 자넷이 말을 거들어주기 때문이다.
알렌의 말이 떨어지자 존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마누라는 내가 디멘치아 걸린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바톤을 받아, 너 자신도 그런 것 같으니? 하고 물었더니 “난 확실히 잘 모르겠어. 아니, 내가 치매에 걸렸는지 기억이 않나”. 그 말을 듣자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존과 얘기하다 보면 항상 흐트러지지 않고 얘기들을 조리있게 잘 하기 때문에 그 가 치매에 걸린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이번엔 톰이 자백하는 조로 “난 내가 걸린 것 같아” 했다. 제인으로 인해 시작된 우연한 얘기가 갑자기 우리 넷 사이에서 카톨릭 고해성사로 바뀐듯 했다. 우리 셋이는 동시에 놀란 조로 “그래?” 하면서, 내가 여차 물었다. “네 마누라도 그러든?” 하니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톰이 말을 얼버무렸다. 이어서 “너 무슨 일을 할 때 혼동이 잘 오니?” 하고 물으니 “아니, 그렇친 않은데 가끔 잘 잊어 먹어” 톰이 대답했다. 내가 재차, “우리도 다 그래. 걱정하지 마. 그건 노인들이 다 겪는 순간적인 망각증상이야. 근데 너는 자신을 그토록 폄하하는 것 보니 너무 겸손하다” 했더니 “내가 너무 겸손하다고?” 하면서 폭소를 터트리며 마음을 누그리는 듯 했다.
끝으로 다 같이 흩어지면서 톰이 다시 말을 던졌다. “다음 번 만날 때는 내가 확실히 디멘치아 걸렸는지 말해줄께. 어, 근데 내 말을 너무 믿지 마. 지금 했던 얘기들 금방 다 잊어버릴 수도 있어”. 우리는 또 다시 폭소를 터트리며 각자의 길을 향했다.
말 하나 마나, 우리가 염려하는 디멘치아는 아주 잔인하기 이를 떼 없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는 년령대 가 각자 다르긴 하지만 노년층 거이 모두가 피할 수 없는 듯하다. 계속적인 연구로 가끔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까지 는 어떤 약이나 방법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다.
아무튼 친구들과 디멘치아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웃음을 터트리긴 했지만, 속으로는 딜렘마가 마음을 휘저었다.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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