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15:03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
창틀에서 졸고 있는
참새를 덮쳤다
참새는
위층 옥상으로 도망가다
닫힌 철문에 부리가 부딪치며
구석으로 처박혔다
서류봉투로 가만히 누르고
한 손으로 움켜쥐고
뿌듯한 마음으로
버스 정류장까지
조심조심 걸었다
밤이 지나 아침이 오면
할머니를 졸라
발목을 실로 짱짱하게 묶어
마당에서 논밭으로
손자는 뛰며 돌아다닐 것이다
어느 사이
기분이 좋아져
손가락이 느슨해지자
푸드덕
날개를 힘차게 펼쳐
전봇대 위를 한 바퀴 빙 돌더니
참새는
점점 멀어져 갔다
아!
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