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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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내의 잠 외 2편

2021.06.28 16:22

정종환 조회 수:41

고향에 갔다 왔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걷지도 못하신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내친 김에 아버지 성묘에도 갔다

왔다

아내는 밤이 깊어 갈 때까지

오락 프로나 미니 시리즈를 보면서 웃더니

불을 끄고 눈을 감고

울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갔는데

아버지는 말도 없으시고

웃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그리움만 더 주더라는 것이다

코를 풀고 다시 울먹이며 속삭인다

사천만원만 있어도

살 희망이 있었다는데

800만원을 내놓지 못했는지

자식은 부모를 완전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

그래도 아내는 벽에 걸려 있는

친정 식구들의 사진을 보며

너무 고생만 했다고 말한다

 

수줍은 새벽빛이 창문을 넘보는 시각

아버지의 선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아내는 잠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

 

윙크는

몸으로부터

 

미소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처음

공적인 만남에서

미소짓는 사람.

 

 

 

파리

 

엊그제 파리 한 마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기운이 없어

랩 탑 위에 앉아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손바닥으로 때려 잡으려다

그만 안돼 보여서

 

신경 안 쓰고

책상 앞에서 게으르지 않으려고

 

책장을 넘기고

노트를 넘기며

온라인 검색도 열심히 하다

피곤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파리는 날지 못하고

여전히 벽에 붙어만 있었다

똑같은 자세로

 

오전에 아내와 함께

치과에 갈 일이 생겨서

오전 내내

방을 비우고

점심때가 되어서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아내는 길가 좌판 할머니에게서

사온 고구마 줄거리

정담을 나누면서

시어머니와 다듬고 있다

 

책상에 앉자마자

파리는 날아다니며

책 읽는 일을

밥 먹는 일을

이야기 하는 일을

생각하는 일을

음악 감상을

심지어 글 쓰는 일까지도

방해한다

 

윙윙거리며 곡선 비행으로

내 머리를

내 어깨를

내 등을 건드리며

오늘 하루를 망쳐 놓는다

 

내 배위에 내려 앉는

파리를 향하여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그러나

나는 나를 때리고

파리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결국

아내가 파리채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