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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자식이라는 이름

2007.04.29 08:56

최은경 조회 수:86 추천:4

자식이라는 이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최은경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거나, 그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 적은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수도 없이 번갈아 왔다 갔다 하였다. 또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 하얀 솜사탕처럼 달콤한 날이다가 어느 순간 먹장구름이 잔뜩 끼어 검은 하늘에 번개까지 치더니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온몸을 흠뻑 적셔 버리고 마는 우울한 날이기도 하다. 요사이 큰딸과 나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경이다. 갓난아이 때부터 유독 잠 뜻이 많았기에 돌이 지날 때까지도 엄마를 무던히도 힘들게 했었고, 그로인해 외출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해 사랑스럽고, 귀여워야할 자식이 간간히 밉기도 했으며 심지어 아이로 인하여 나의 마음까지도 황폐해져가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도 흐르는 게 시간이라고 아무 탈 없이 잘 커주어서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자라면서 사춘기가 오더니 머리가 컸다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며, 엄마로서 통제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하니 화가 나서 한마디 하다가도 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딸과의 전쟁에서 먼저 백기를 들기도 한다. 물론 이해해주려는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리라.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은 엄마의 욕심과 기대치가 자식의 능력이나 성격과 잘 부합되지 않기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어쩌랴,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부모의 품을 벗어났을 때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헤쳐 나가 자기의 몫을 다하며 살길 바라고, 더불어서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속으로는 실하게 꽉 찬 열매처럼 단단하게 무장해서 힘든 일들이 찾아 올 때 마다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일어나 그 모든 상황에 잘 대처하는 그런 아이로 커주기를 바라건만,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현재 처한 자신의 상황만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나 자신도 유아기, 청소년기 때에는 눈앞에 보이는 무지개가 꿈인 줄도 모른 채 그 꿈을 손에 넣기 위해 무작정 따라 가다 허망함을 느끼고 주저앉았던 시절, 사랑과 낭만은 오직 나에게만 존재 한다고 믿고 철없이 행동했던 성년기 등 그 모든 과정들을 무탈하게 보냈기에 지금은 한 가정의 아내이자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되돌아 갈 수 없는 환상을 쫓아가기보다는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챙기며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완전한 삶이란 꿈속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다. 본인이 원하는 삶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섞어가며 노력해야 하건만 딸아이는 꿈은 많은 것 같은데 그에 반해 노력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에 앞서 조바심까지 난다. 가까운 지인들은 ‘인생이라는 긴 터널에서 공부는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아이들은 커가면서 열두 번도 더 변하니 자식에 대해 미리 속단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그래도 난 진리는 있다고 믿는다. 노력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자신이 꿈꾸던 삶에 도달해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거라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먼저 경험하신 선배님들께서 이 글을 보시면 실소하실 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 겪어야 하는 과정이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인데 고등학교, 대학교, 결혼 등등 아직도 넘어야할 산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면 엄마 자격이 없다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의 염병보다 나의 고뿔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게 사람인 걸 어쩌랴. 그래도 자식이라는 단어 그 자체만 떠올려도 가슴이 벅차서 행복감에 젖어 나도 모르게 눈에 이슬이 맺힐 때도 있다. 울긋불긋 단풍을 연상시키며 도시 전체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철쭉이 오가는 이의 눈길과 발걸음을 사로잡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4월도 하루만 지나면 계절의 여왕인 5월에 등 떠밀려 사라질 것이다. 5월은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달이기도 하다. 천당과 지옥도 사람의 마음에서 올진대 이글을 쓰는 순간만이라도 딸과의 전쟁을 잠시 멈추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의 욕심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