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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아줌마의 힘

2007.07.13 14:47

임두환 조회 수:106 추천:8

아줌마의 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임두환 매년 5월 마지막 날을 ‘아줌마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 5월 8일은 어버이 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의 날로 선포한데는 그 의미가 있어 보인다.     아줌마, 그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한 가정의 주부이며, 아내이자 며느리요, 어머니이자 학부모이며, 누군가의 고모나 이모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줌마라 부르는 순간부터 여성으로서의 신성한 지위는 사라지고 무시와 비하의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내 기억에서도 아줌마하면 뚱뚱한 몸매에 짧은 파마머리, 남편과 자식을 위한 무조건적 희생, 억척스러움과 수다쟁이로 떠올려지는 게 사실이다. 아줌마라고 하면 무조건적 희생과 억척스러움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30년 전만해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했었다.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키워내야 했던 친구어머니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7남매를 가르쳐야 했던 나의 어머니도 그 시절엔 모두가 억척스런 아줌마였다. 체면이나, 자존심도 없이 우직한 하녀처럼 일그러진 모습으로 희생만 강요당해야 했다. 그러던 최근 몇 년 사이 아줌마라는 이미지는 너무도 달라져 버렸다. 가정의 봉사자에서 가정의 경영자로 변신한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정성들여 싸주던 어머니는 발 빠르게 최신 입시정보를 찾아 나섰고, 아침 내내 남편 출근준비를 돕던 아내는 주식이나 부동산투자란 재테크로 남편보다 더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짬 모르고 아줌마라며 우습게보았다가는 큰 코 다칠 일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 는 말로 바뀌어야 될 성싶다. 우리에게서 여자라고 하면 약한 존재지만, 어머니라고 하면 강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아줌마라면 뉘앙스는 또 달라진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중성취급을 받고 있어서다. 강인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정에서도 아줌마의 힘은 대단하다. 가정경제, 자녀교육, 재테크, 노후대책 등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고개 숙인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도 하고,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생활설계사가 되기도 한다. 2,30대 젊은 아줌마들은 '내 가족은 내가 챔임 져야한다'며 맞벌이를 당연시 하고 있다. 전업주부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집간 딸이 찾아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두 살 되는 외손녀 보연이를 돌봐줬으면 해서였다. 딸아이는 유아교육과를 나온 뒤 7년이 넘도록 사립유치원교사로 일하다가 결혼으로 그만뒀다. 결혼한 지 3년도 채 안됐는데 예전에 근무했던 유치원으로부터 다시 나오라는 부추김을 받았던 모양이다. 딸은 떠오르는 풍선마냥 부풀어 있었다. 외손녀 보연이만 돌봐준다면 금세라도 뛰쳐나갈 눈치였다. 내가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했었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직장에 잘 나가고 있고, 아이도 한 둘은 더 가져야 될 것이며, 아이는 어려서 엄마 품에서 길러야 되는 것 아니냐? 또한, 네 어머니 건강도 챙겨야 되지 않겠느냐? ” 조심스럽게 타일렀지만 서운했던지 눈물바람이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볼일이 있어 K과장 집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라면을 끓여 먹었던지 식탁에는 음식자국 그대로였고, 화장실 휴지통은 휴지로 넘쳐 흩어졌고, 거실바닥 이곳저곳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어지러저 있었다. K과장은 딸 둘에 아들 하나였는데 부인이 밖으로 나돌다 보니 가정교육은 말이 아니고, 집안 살림도 엉망이라 했다. 부인의 맞벌이작전에 솔깃해서 양품점, 옷가게, 홍삼판매점, 여관업을 전전했으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느 대학교 근처에서 큰딸을 앞세워 카페(Cafe)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계보탬은커녕 자식농사만 망쳐버렸다는 푸념이었다.   아줌마들은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만족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한다. 사회가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아줌마들이 집안만 지키고 있다는 것도 국가적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아줌마 마케팅’이 뜨겁다고 한다. 아줌마를 기업경영에 참여시키지 않고서는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무대에서는 대통령선거 여성예비후보가 3명이나 나왔다. 여성국무총리, 여성장관, 여성국회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관이나 기업체에서도 여성CEO(최고경영자)들이 인정을 받고, 사회단체에서도 예술인, 체육인들이 제 빛깔들을 내고 있다. 내가 근무했던 KT&G전주지점장도 여성 최초지점장이다. H지점장은 KT&G전북본부장이 되는 게 꿈이란다. 당차고 열심히 뛰는 그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남자는 집을 만들고 여자는 가정을 만든다.” 는 영국속담이 있다. 이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가정을 편안하고 화목하게 만드는 데는 여성, 즉 아줌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가정에서 밥하고 빨래하며 아이를 돌보게 되면 무능한 아줌마이고, 문화센타에서 강의를 듣거나 학원에라도 다니면 멋진 미시족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자아성취를 해보겠다고 분별없이 사회에 뛰어 들어 ‘어머니’ 또는 ‘아내’라는 역할만 망각하지 않는다면 억척 아줌마들의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 2007. 7월 첫 주: 여성주간에 즈음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