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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자연의 순리대로 살게 해야
2008.10.02 19:36
자연의 순리대로 살게 해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위미앵
미국 미네소타 주 쎄인트폴(St. Paul)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한 교포 가정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곳은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20여분 거리인 꽤 좋은 주택가였다. 이른 저녁식사를 하던 중, 석양빛에 나들이 나온 사슴 가족의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5마리 온 가족이 뒤뜰 덤불숲에서 나와 앞뜰까지 한참을 서성이다 사라지는 것이었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광경이어서 행복에 젖어 한참이나 구경했다. 늦은 오후나 새벽녘에 사슴이나 노루가족 나들이는 늘 있는 일이라 그곳 사람들에게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지만, 동물가족을 그저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겐 퍽 인상적이었다.
노루나 사슴의 수가 늘어나 먹이 사슬에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미국에서는 1년에 한 번 일정 지역에서의 사냥을 일정 기간 허용한다. 주택가에서는 사냥을 할 수 없으니 노루나 사슴들이 주민과 더불어 사는 셈이다. 애써 가꾼 야채나 과실을 노루나 사슴이 먹어 비록 농부들이 손해를 본다 해도, 동물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야생동물을 위해 자연의 부산물은 취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자는 것이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한 미국인 대학생한테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
“밤나무, 도토리나무 위에 올라가 다람쥐의 식량을 훔쳐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가 다람쥐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다.”
그가 열을 올리면서 말하자, 곁에 있던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수긍하는 것이었다. 숲속까지 들어가 자연의 부산물을 취하니 야생동물이 아사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사람이 재배하는 과일이 아니라면 야생동물들에게 인간이 양보해야 한다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네들의 삶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슴만 보면 ‘녹용을 취해 돈을 벌 수 있겠다.’며 입맛을 다시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국립공원을 여행하다 보면 쓰러진 나무들이 경관을 해치리만큼 방치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흐르는 냇물 위에 쓰러진 채 썩어가고 있는가 하면, 산비탈에 아무렇게나 쓰러진 채 볼품없이 널브러져 있어도 국립공원 직원 어느 누구도 치우려들지 않았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그들만의 법칙을 그대로 준수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캐나다 국경 수피어리어호(Lake Superior) 인근 작은 도시에 가면 호숫가에 세워진 다음과 같은 푯말을 볼 수 있다.
“갈매기와 야생동물에게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 등을 주지 마시오. 그들이 자연의 법칙대로 살게 놔두시오!”
인간이 끼어들면 갈매기들이 고기를 잡지 않고 호텔 주위만 맴돌거나, 사람들이 주는 음식으로 인해 죽게 될까 염려하여 쓴 경고다. 호숫가 호텔 베란다에서 사람들이 주는 빵조각을 먹으러 날아오는 갈매기 떼를 바라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요 눈요깃거리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인간의 탐욕일 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우리의 이런 행동이 야생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야생동물의 죽고 사는 문제를 자연의 법칙에 맡기는 것이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삶일 것이다.
가끔 베푸는 우리의 값싼 동정이 야생동물의 생활 방식을 헤집어 놓고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더 해 줄 것도 없고 빼앗을 것도 없이 그들의 방식대로 자연의 법칙에 맡긴다는 논리는 동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어찌 보면 냉정하리만큼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또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야생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법칙대로 살게 놔두는 방식의 삶을 이해하는 사고의 전환, 그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200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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