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희 서재 DB

제4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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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는 아직도 그곳에서 꿈을 나른다.


초겨울 해변에 는개비 휘날린다.

바다는 안개 발에 갇혀 주제곡은 하얗게 잊고

추임세만 반복하는데

수 백 마리 물새들은 행위미술에 들어갔는지

모래 벌에 풀로 붙인 듯 날개를 접고 있다

 

검은 머릿돌 바위들을 온탕처럼 품고 있는

바닷가를 누적누적 걷다가

누구는 치앙*의 소리를 들었던가.

문득 물새들을 날려 올리고 싶어졌는데

몽돌 하나 집어 던지면 될 법도 하지만

돌팔매짓은 말도 안 되는 예법

바람을 일으켜 내달아볼까


염소바위 높은 벼랑 위에 갈매기 한 마리

불현듯 목 깊은 소리 꺼내어

부싯돌로 불 켜듯

12월의 하늘을 긋고 날아간다


갑자기 수묵화 한 장 공중으로 떠오른다.

물새들이 만드는 머리 위 커다란 그물망 안에

세상이 들려 올라간다.

파도가 달려 나와

바위 한 자락을 힘껏 물고 뛰어 오른다

 

* 리차드바크 <jonathan livingston seagull>에 나오는 늙은 스승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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