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장마

2023.03.24 15:08

조형숙 조회 수:21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뭄에는 다소의 곡식은 거둘 수 있지만, 장마의 피해는 농작물 뿐 아니라 농토까지 유실되니 피해가 더 크다는 뜻이다. 속담처럼 전래되어 오는 말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두가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새삼 우리는 옛 선조들이 남긴 말이 지혜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봄 가뭄은 초목들을 목마르게 하고 여름을 향한 성장을 저하시킨다저수지 바닥을 갈라놓는다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저수지의 물이 줄어들면서 급기야 바닥이 드러난다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 처럼 확실하게 금을 긋기 시작한다쩍쩍 갈라져서 물을 달라고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벼이삭이 말라 죽는다저수지가 마르면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천수답에 의지해야 하는데가뭄은 그 것 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가뭄으로 갈라진 땅은 더욱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농군들은 *목비가 오기를 기다린다농부는 어렵사리 물을 대어 모를 심기는 하였으나 다시 물이 마르기 시작하니 때 맞추어 *목비가 내려 주기를 하늘에 빌고 또 빈다.

 그런가 하면여름 가뭄의 숨이 막히는 열기를 힘들게 참는다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일도 잘 안풀리고 짜증이 난다별것 아닌 것에 화가 난다자폐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혼자 있고 싶고 책상 밑에라도 들어가고 싶다여름 무더위는 가뭄뿐아니라 산불도 일으킨다산불은 산림의 수 천 핵트아르를 태우는 피해도 막심하다뿐만이 아니다장마와 홍수도 가뭄 못지 않는 재난이다.

어느 날 천둥 번개가 치고 요란하게 *오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장마로 도시가 물에 잠긴다이렇듯 장마가 시작되고 홍수 사태가 생기면, 급히 뗏목을 만들어 가재도구를 꺼내 싣고 물밖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흙으로 지은 집들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많은 사람이 죽고이재민 수천명이 밖에서 고생을 한다논 밭은 물바다가 되어 농작물의 피해가 크다.

장마와 홍수는 이렇듯 모든 것을 깨끗하게 쓸어가 버린다이런 사태 속에서 진흙으로 덮힌 책을 소중하게 닦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면 안타깝다떠내려가는 앨범 속의 사진은 이미 그 색깔을 잃고 쭈그러 들었다이러저러한 불행한 모습들이 보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이렇듯 여름 장마와 가을의 태풍과 홍수는 일년내내 엄청난 손실과 상처를 가져오기에 가뭄과 홍수같은 재난과 걱정을 함께 겪으며 산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장마와 가뭄의 두가지가 다 못 견딜 일이지만그래도 가뭄은 물을 대어 보충 할 수가 있기에 전래 속담처럼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말하자면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에 피해를 입히고 끝이 나지만반면 장마로 홍수가 나면 모든 것이 쓸려내려가 인명피해재산피해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러니 가뭄의 피해보다 장마의 피해가 더 막심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겨울에는 춥고 움직이기 귀찮으니 차라리 더운 여름이 좋다고 말한다여름에는 너무 덥고 숨이 막히니 차라리 추운 겨울이 좋다고 한다비가 오지않으면 비오기를 바란다장마가 오면 차라리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비가 그치지 않고 오니 하늘을 올려다 보며 비가 그치기를 바란다밝은 해를 보고 싶어 한다축축한 것들이 다시 뽀송뽀송해지기를 바란다

 세상의 가치대로 또 세상의 방법대로 살아가고반면 예상과 다르면 또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위적으로는 누구도 이룰 수가 없다그러나 하나님은 할 수 있다그분의 타이밍은 인간과 다르다비 가뭄 태풍 홍수는 인간이 할 수 없는 하나님의 권한이기에창조주는 한 번으로 해갈시키고 산천초목이 초록으로 춤추게 하며 갈하여 건조하던 땅은 단비로 말미암아 새 생명이 자라게 하신다모든 것이 하나님만이 이룰 수 있다하나님의 일하시는 시간은 때가 없기에 소유하신 때를 열어주신다. 그렇다인간은 시간을 계획하고 실행하지만 하나님의 일은 원하실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로 세상은 기쁨과 평강을 얻어간다.

 *목비 모내기 할 무렵에 한목 오는 비

*오란비 : 오랫동안 내리는비, 장마의 옛말

미주 문협 2023년 여름호에 실린 글이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 나그네 조형숙 2024.01.30 18
94 바벨의 보고서 조형숙 2024.01.30 24
93 신데렐라의 구두는 왜 바뀌지 않았을까? 조형숙 2024.01.30 16
92 할머니의 복주머니 조형숙 2023.07.01 22
91 좋은말 조형숙 2023.05.13 17
90 '물안개 속의 햇빛' 테메큘라 조형숙 2023.05.13 17
89 사투리 조형숙 2023.05.13 15
88 멕시칼리 조형숙 2023.05.13 15
87 과테말라 선교여행 조형숙 2023.05.05 14
86 팜트리 조형숙 2023.05.05 14
85 참새가 있는 거리에서 조형숙 2023.05.05 10
84 부차드 가든 조형숙 2023.05.05 5
83 뿌리 조형숙 2023.05.05 8
» 가뭄과 장마 조형숙 2023.03.24 21
81 노아의 방주 조형숙 2023.03.21 10
80 등수 조형숙 2023.03.04 10
79 우체통 조형숙 2023.03.04 16
78 초멍 조형숙 2023.03.04 12
77 터널 조형숙 2023.02.01 12
76 10월의 어느 멋진 날 조형숙 2023.02.0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