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자수성가가 아닌  어쩌다 얻게 된 행운으로인생이 바뀐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대사회가 바득바득 노력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가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에 신데렐라는 더욱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지금의 나의 상태를 벗어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예를 들어 작가라면 어느날 나에게 영감이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눈을 크게 뜨게할 시 한편, 수필 한편이 쓰여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을수 있다.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이번 생애는 틀렸다"가 아니라 세상떠나기 전에 나에게도 한번쯤 행운이 오지 않을까,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결점과 부족함은 덮어두고 능력자를 만나 미래의 삶이 화려해지는 꿈, 나를 풍요롭게 감싸줄 행운을 바라고 산다.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 되는 이유는 고난을 정신적으로 이겨내는 신데렐라의 이야기 전개 때문이다. 재산과 신분을 잃고 하녀생할을 하는 신데렐라는 분하지만 반항도 할 수 없었다. 무도회를 꿈꾸는 소녀였지만 새 엄마와 두언니에게 무참히 드레스를 찢긴다. 마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근면하다고 생각하며 부당한 고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신데렐라를 꿈꾸게 된다.  신데렐라의 작가는 신데렐라의 운명의 힘이 큰 것을 알았다.  그것을 예상하고 마녀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 소망을 주기 원했다. 그래서 유리구두에는 마술을 부리지 않았고 실제의 것을 구해다 주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컸다. 커서 벗겨졌다. 꼭 맞는 구두였다면 급하게 돌아섰다고 그렇게 쉽게 벗겨졌을까. 마녀는 다른것은 다 바꾸어도 유리구두는 주술로 만들 수 없어 현실의 구두를 구해다 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다른것처럼 (호박, 마차 쥐들처럼) 바뀌지 않도록 마술을 부렸는지도 모른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면 행운을 얻을 수 있는거야"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마녀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아이들 머리 속에 환상을 심어준다. 내 생활의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바뀌어지기도 하고 변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리구두는 변하지 않고 남아있어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도구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적 동화를 생각하게 되고 여러개의 환상이 없어졌더라도 한개의 소망은 남아있어 내 생을 풍부하게 해 주리라는 용기를 갖게한다. 
 
유리구두는 소망의 싹으로 태어난다. 결코 깨지지않는 그러나 상당히 소중하고 조심해서 다루고 간직해야할 삶을 뜻하기도 한다. 신발은 언제인가는 벗게된다. 환상과 소망도 사라지게된다. 그러나 신데렐라의 구두는 벗겨지지 않고 깨지지 않고 그대로있다. 동화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니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로 끝이난다. 그렇게 사람들은 나의 왕자와 나의 유리구두를 기다리고 있다. 환상을 가지고 있으면 현실에서 이루어지리라는 꿈을 갖고 있다. 작가는 소망의 유리구두를 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희망을 위해 유리구두는 깨지면 안되는 것이었다. 
 
내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 갖는 소망, 열심으로 근면 성실하게 사는 삶이 우리를 신데렐라 되게 하는 것 이라면 누구나 부지런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유리구두는 현실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이 유리구두를 바라고 있나? 아니면 잘생긴 왕자를 기다리고 있나?  그렇다면 우리는 유리구두도 아니고 왕자도 아닌 마녀를 기다려야 한다. 마녀가 행운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도 마녀가 와 준다면 그리고 깨지지않는 유리구두를 신을 수 있다면 하고 바랄것이다. 그러나 노력 없는 기대와 환상적인 꿈은 오히려 우리 생활에 독이 된다. 신데렐라가 남은 한쪽 신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 행운이 있었을까? 운명이 변화되기를 바란다면 내 손 안에 이미 받아 가지고 있는 유리구두의 한쪽을 조심스레 간직하고 지키면서 운명을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이 글은 미주문학 2023년 겨울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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