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보내는 안타까운 하늘이 사랑으로 더욱 새파랗게 짙어져 갔다. 코스모스 꽃잎 위로 떨어진 구름이 목화 송이처럼 피어 올랐다. 참 할 이야기도 많았고 웃을 일도 많았던 8월의 마지막 주일은 그렇게 또 손을 흔들며 우리곁을 스치고 떠났다. 여행비와 문학캠프 비용을 체크에 써서 메일로 보내는 회원들이 있어 거의 매일 사무실에 들려 메일을 가져 왔다. 열쇠를 틀어 문을 열었을 때 바닥에 봉투가 흩어져 있으면 "왔다" 쾌재를 부른다. 바닥에 봉투가 없는 날이면 혹시 청소하는 이가 치웠나 하고 책상 위를 훑는다. 아무 것도 없을 때의 그 섭섭함. 나는 메일을 수집하는 중독에 걸렸나보다. 혼자 피식 웃고는 사무실을 떠난다. 달력을 한장 넘기니 꽉찬 9월의 스케줄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8월 말에 다녀온 문학여행을 기억해 본다.
온통 돌들로 이루어진 자이언캐년을 보고 있으면 남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잔돌이 모여모여 붙어 있는것 같은 바위 산들은 신선이 도를 닦는 것 같은 우아함과 진솔함이 있다. 그래서 신의 정원이라는 별명이 있는가보다. 하훼탈 모양을 한 바위를 보며 나도 함께 웃음 지어본다. 사이즈가 너무 높고 넓어 카메라의 들이댐도 거절 당한다. 셀폰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다. 캐년의 가는 길은 연그린의 실크가 옆으로 길게 펼쳐진 모양을 띄고있다. 산기슭에서 풀은 뜯는 산양이 보인다며 흔치 않은 모습이라고 가이드는 우리를 행운이 있다 했다.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는 양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터널을 4개 지나면서 멀리 바위산 가운데로 뚫린 바위산 자연터널을 본다. 산이 여러번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와 바다의 뻘과 모래가 올라와 쌓여 산이 되었다 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산이 자라고 있다.버스 안에서 그냥 주욱 훑으며 지나가는 우리는 인증 사진 한장 없이 버스를 달려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한다.
유타주의 사암지대인 브라이스 캐년은 지금도 풍화작용으로 단단한 암석만 남아 여러개의 첨탑의 모양을 이루었다. 사람의 형상 동물의 형상들이 땅에서 솟아 오른듯 모두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있다. 여성스러움과 섬세함이 캐년을 부드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 갈수록 붉어지는 땅에 돌이 깎이고 깎이어 돌가루가 날린다. 트래킹 코스는 알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한채 스쳐 지나갔다. 개인으로 갔을 때는 인내를 가지고 몇개의 캐년을 즐겼으나 단체여행은 그저 시간에 따라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지식으로 머리 여행을 해야 했다. 하늘과 지나는 경치만 주마관상으로 지나친 듯 했다. 안에 들어가면 더 황활하고 신비한 돌과 나무들이 있으련만 섭섭함은 가슴에만 두어야 했다. 단체 여행이라는 명제 아래 참을 수 밖에 없다. 해발 2700m의 높은 곳에 분홍색과 붉은 색을 섞어 놓은 듯한 수많은 바위들은 비와 눈이 와서 모래산 속으로 들어가 터트려지고 깨어져 수만개의 뾰족탑 향연을 벌린다. 마치 앙코르와트 같은 날카롭고 헤일 수 없이 많은 탑들이 바람 사이에 곧게 서 있다.
앤텔롭밸리 협곡은 물과 빛이 빚어낸 신비로운 바위산으로 해가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영롱한 색깔을 띄우고 있었다. 홀스슈벤드는 그랜드캐년 동쪽끝에 위치한 콜로라도가이 만들어내 U자형의 협곡이다. 300m의 절벽이 있어 다가가지 못하고 위험하게 서있는 사람 사이를 뚫고 사진만 찍었다. 어마어마한 말의 발굽을 내려다보면서.
도박이 허용된 도시 라스베가스는 창문과 거울과 시계가 없다고 한다. 호텔 안의 길을 미로를 만들어 못나가게 한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노는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별 감흥이 없어 게임기도 그저 불빛 번쩍이는 기계로만 보였다. 극장쇼는 옛날에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보지 않았다.
베네치아 호텔 안에 물 위를 흐르는 배의 움직임과 이태리 칸소네에 잠시 젖어 보았다. 지붕이 마치 자연 그대로의 하늘인 양 청정하늘로 꾸며 있어 24시간이 지나도 내부에는 저녁이 없다. 천정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낮을 대신해 주고 있다. 그러니 비깥에는 어둠이 내려도 안에는 대낮이다. 밤 9시 이후에 올라오는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를 보려는 사람들로 호수 주위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전에는 휘황한 조명을 비추고 있어 아름다웠고 환호를 지르며 보았는데 이제는 경비 때문인지 그냥 하얀 물 만으로 쇼를 하니 싱거웠다. 한국사람이 설계 했다는 기억만 있을 뿐.
광활한 그랜드캐년의 수평한 능선을 따라 눈을 옮겨보면 창조주 만이 할 수 있는 형용할 수 없는 신묘막측함에 숨이 멎는다. 지난 날의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미국 오기 전 한국에 있을 때 내가 노래하던 합창단 30명의 첫번 미국 연주 여행이었다. 모두 계곡 위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섰다. 지휘자의 손올림과 동시에 합창이 시작된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화음으로 부르는 찬송을 따라 여행객들이 빼곡하게 모여 들었다. 멜로디를 아는 사람은 함께 부르기도 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그 위대함에 답했다. 아직도 그랜드 캐년 그 언덕에 서면 예전이 감동이 되살아난다.
여행은 아리조나의 붉은 노을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새겨 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다음으로 장소를 옮겨 가는 많은 시간 동안 밖의 경치를 보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우리는 시인과 소설가와 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각자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애창곡 하나씩 이라도 나누고 싶었다. 다른 팀과의 동승으로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것이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이긴 했다. 그래도 이름으로만 알던 분들의 얼굴과 줄긋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좋았다. 회장님의 명령(?)으로 짧은 글을 적어보았다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의 수고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나. 지혜롭고 순발력 있는 임원들을 보며 한번 더 세상을 넓게 보고 새로운 공동체의 끈을 넓혀가는 기회가 되었다.
(이 글은 미주문학 2024년 겨울호에 올린 글이다)
제가 잠깐 출연(?)을 하네요.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