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4 09:31
“이게 무언가?”
아늑하기만 했던 반려의 손길들이
내 목덜미를 거머쥐기 시작했을 때
선뜻 끼쳐진 소름
천진난만 했던 파란 눈망울들이
메두사의 서슬 시퍼런 눈이 되어
검은 미소 속에 거친 숨결을 토해낸다
뿌연 기억속의 지난 날
문득 발가락을 간지르며 선보였던 파란동이 넝쿨 잎 하나
빤히 올려다보는 천진한 부름에 그만 흠뻑 취해버렸다
첫 만남속에 움트는 작은 몸부림이 너무 가여워
선뜻 받쳐주고 보듬어주고 기특하다 했었다
내 허리춤을 움켜 잡았을 때도
꿋꿋하게 뻗어 오르는 어린 동무의 고투에
아낌없는 보루가 되어
온정을 쏟으며 힘내라 마냥 격려해 주었다
흐르는 세월을 탓하랴
잘 자라는 대견함에 너무 맥을 놓았던가
어느덧 여린 실낱들이 검은 아귀의 밧줄이 되어
한 줌씩 한 줌 씩 내 숨결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뒤 늦게 온 몸을 흔들어 떨쳐보려지만
겹겹이 쌓아 올려진 포승이 더욱 더 조이기만 한다
“아차 이젠 늦었구나”
때늦은 후회가 머리속에 엉킨다
딱딱한 흙을 비집고 솟아 오르는 파란동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그 긴 세월 동안 조건없는 사랑의 담벽이 되어 주었건만
베풀어준 사랑을 음흉한 덫으로 엮어
내 생명을 요구할 줄이야
시소를 타고 오르내리는 배신의 유희가
마지막 한 줄기 호흡을 갉아 마신다
내 육중한 자태와 기력이 까맣게 사그러져 간다
숨박꼭질로 다듬어진 고통마저 식어버리자
순간, 사이에 뜬 노란 공간이 사뭇 평화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