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6 12:28
불과 두 달 전, 한껏 기대했던 노퐄에서의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이었다. 런던 교외 고속도로들을 벗어나니 노퐄의 광활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의 신선한 공기는 탁한 도심지의 내음과는 완연히 달랐다. 비교적 한적한 지방의 도로 위를 달리다보니 순간적으로 가속기를 마음껏 밟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처음 대하는 동 앵글리아 지역 들판을 감상하면서 차분하게 운전대를 다독였다. 그야말로 노퐄의 아늑한 농촌 풍경은 휴양지와 곁들여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난 얼마 후 통지서 하나가 날아들었다. “기한 내에 과속료를 납부하고 3점을 잃던지 아니면 과속료를 내고 3시간 짜리 과속 특별 강의를 받으세요” 라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과속료 벌칙 통보였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운전 면허를 따게되면 평생 12점이 주어지는데 어떤 연유로든지 12점이 다 깎기면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게된다.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니 노폭크 지방이 표기 되어 있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 날이었다. 달리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고 그토록 조심했던 운전이었는데 과속료 벌금이라니… 사실 노퐄은 처음 가보는 생소한 지역이였고 도로 표시들도 빈약해서 더욱 조심히 운전을 했었다. 늘 사람들로 부터 모범운전수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것처럼 그곳이 낯설은 지역이라 각별한 조심을 기울였는데 순간적으로 자칫 실수를 한 모양이다. 함께 동행했던 변호사 친구조차도 “너 과속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3점을 깎기기 보다는 일단 특별강의를 신청했다. 강의에 대한 규칙과 조건들이 까다롭게 전제되어 있어서 조금 긴장했지만 막상 강사들을 만나보니 의외로 상당히 친절했다.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강의를 해왔는지 일사천리 레코드판처럼 진행했다. 강의에 앞서서, 들으나 마나 그동안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몇십 년 전에 비해 새로운 코드들이 많이 보충되어 있었다.
아무튼 거이 끝날 무렵 강사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나는 교통 체증과 기술확대로 인해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운전자들이 거기에 맞춰 대비해 나가는 수 밖에…”
와우! 지금까지 알고 있는 운전 지침만 해도 너무 많아 지키느라고 힘든데… 운전을 하는데까지 하다가 못하면 포기 할 수 밖에 없지만 젊은 나이도 아니고 그때까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 의구심과 좌절감이 엄습했다.
물론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있어서 젊은이들은 노인들보다야 훨씬 더 잘 적응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기술도약에 비례해 그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리라… 그러다가 결국에는, 모든 운전자들이 AI 도우미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에 처할 것이고, 공상과학의 얘기처럼, AI 칩을 두뇌에 정착 시켜야만 미래 운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반대해 왔던 AI 의 필요성을 180도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서 AI의 자동운전 시대가 오게 될 때 만에 하나 사고가 생기면 AI의 책임일까 아니면 차주인의 책임일까 하는 궁극적인 궁금증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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