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오연희
더위에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창 틈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에어컨 쌩쌩 돌아가는 집안에서
푹푹 찌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
바짝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널브러져 있던 나는
한쪽 눈을 치켜 뜬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창
안락한 저 안쪽에 서서 바라보는 이쪽 세상
동정의 시선을 의식한다
몸을 더 길게 늘어뜨리고 눈을 지긋이 감는다
아주 잠시였다
급작스럽게 창문이 열어 젖혀지고
얼음처럼 찬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창이 열렸으니 우린
한 세상이다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이 어우러지는
한.세.상
느긋한 상상에 젖어 드는 순간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물체가 감지 되고
재빠르게 피한 자리에
낡은 운동화 한 짝 나 뒹군다
저 만치 나무 그늘 밑
한여름 낮의 꿈을 즐기려던 친구들
슬며시 몸을 세운다
창이 열린다고 한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