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내 자리/오연희
흥얼흥얼
만면에 웃음 머금고 집안을 둥둥 떠 다니노라면
추임새를 넣듯 식구들의 입은 헤벌쭉 걸음은 당실당실
햇빛 쪽으로 기우는 해바라기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파르르
몸짓과 말투에 날이 서면
그들의 눈빛 깊어지고 온몸에는 그늘이 가득
질식할 것 같은 기운에 멀찍이서 빙빙 돈다
느직한
어느 한가한 한낮 한나절 늘어지게 자고 났더니
쥐 죽은 듯 고요한 사위 휘둘러 보니
그들도 이 구석 저 구석 뒹굴어져 잠들어 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 으쓱 올리는데
가슴 철렁 떨어지는 소리
무섭다 내자리, 고맙다 내자리
대책 없이 굴어도 대책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인연
인생 전체로 뻗쳐갈 여자의 영향력의 지경은 무한대
인색했던 웃음과 노래 굳어있던 팔과 다리
품지 못했던 가슴의 회한 가득해도
여자이기에 앉을 수 있는 자리
여자이기를 포기해도 지켜야 하는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