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시를

2013.12.29 22:39

채영선 조회 수:270 추천:74

  눈으로 시를



  부엌 창은 밤비에 얼룩진 노트
  나는 눈으로 시를 그리지
  산기슭 텃밭 웅크린 움막에
  허리 굽혀 들며 나는 누군가에게
  산다는 걸 한수 배우면서
  산채로 떠메어 가네 저 옥수숫대
  정든 자리에 썩을 수 없어
  실한 등줄기
  흩날리는 갈기털
  인연을 거두는 게 얼마나 참담한 일인지
  삼천리를 오르내리던 뿌리
  땅 끝까지 날아간 티 없는 홀씨
  호박넝쿨은 시름이 없어
  아스팔트길에 갇혀서도 빙글 빙글
  가을이 와도, 아니
  된서리에 명줄 놓고 스며들어도




  말씀과 문학 2013년 가을호 소시집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 채영선 2015.04.24 56
43 가시나무의 봄 채영선 2015.03.16 87
42 그대의 이름 그곳에 채영선 2014.06.21 248
41 기억해 주신다면 채영선 2013.08.24 329
40 가시 채영선 2013.11.10 314
39 가을 눈빛은 채영선 2013.09.09 328
38 어떤 인연 채영선 2014.03.14 314
» 눈으로 시를 채영선 2013.12.29 270
36 청평호의 꿈 채영선 2013.07.22 369
35 기도 채영선 2013.07.22 347
34 꽃은 꽃끼리 채영선 2013.07.01 339
33 봉숭아 눈물 채영선 2013.06.26 358
32 무엇이 보일까 채영선 2013.06.16 334
31 허리케인 채영선 2013.06.09 388
30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채영선 2013.06.07 375
29 봄날의 묵상 채영선 2013.06.05 392
28 비 밀 채영선 2013.06.01 444
27 부엌 창 앞에서 채영선 2013.05.30 809
26 개여울 채영선 2013.05.28 368
25 새들처럼 채영선 2013.05.25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