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눈빛은

2013.09.09 00:03

채영선 조회 수:328 추천:76

가을 눈빛은



블라인드 사이
말끔히 헹군 여름의 그림자
공손하게 줄지어 서 있는 베란다

띠우지 못한 풍선 같은 욕망도
베풀지 못한 관용 같은 향기도
날아가버린 가여운 옷차림으로
입추에 떠밀려 온 모서리 양지

낡은 그러나 맑은 연못처럼
솟아오르지 않아도
흘러나가지 않아도
언제나 싱싱하던 햇살
당당하던 가슴팍 언제 야위었을까

주인 없는 소음에 갈라진 목소리
발자국 소리에 발을 돋우는 옥수숫대처럼
어느새 기대고 싶은 연인으로 다가오는 은행나무

블라인드 사이엔 물빛처럼 투명한 낯 선 하늘
그리운 만큼 멀어지고
부르는 만큼 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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