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의 봄

2015.03.16 13:38

채영선 조회 수:87 추천:2

꽃나무대신
이름 없는 가시나무 심었습니다
겨우내 성이 나 시위하다가
두터워진 햇살에 낯붉히다가 이맘때면
찬란한 이파리 피어납니다
꽃보다 더 고운 합창이 울립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가시나무에도
포르르 숨어드는 목숨이 있습니다
피할 곳 없는 영혼 위하여
모질게 엮은 가시관 쓰시고
그윽한 눈동자 그렁그렁 피눈물 자국

숨겨져 짓무른 상처 때문에
믿을 수 없이 버거운 죄 짐 때문에
깊게깊게 패인 등어리 살쩍
치욕과 배반의 십자가 지고 쓰러질 듯
맨발로 걸어가시던 갈보리 언덕길

가슴에 심었습니다
당신의 뜰에 심었습니다
가시가 두려워 주저앉고 싶을 때
살며시 다가가 만져봅니다
날개 접은 새 되어 가만 스며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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