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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3 11:27
조정희 조회 수:758 추천:54
낸시 레이건 여사님께 오늘 아침 NBC 뉴스에서 당신의 모습 보았습니다. 성조기가 덮인 남편의 관위에 볼을 부비며 손으로 쓰다듬던 안스러운 몸짓, 못내 그의 곁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서성임을 보고 끝내 눈에는 뜨거운 물이 고였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한평생 살다가 먼저 떠나야 하는 사람으로, 또 보내주고 남아야 하는 사람으로 갈릴 때 우린 어떻게 그런 운명을 받아야 할까요? 아무런 방책없이 그냥 보내고 바라봐야만 하겠지요. 당신처럼. 할리웃에서 배우가 만나 남편과 아내가 된후, 처음 결혼은 아니었지만 50년이 넘게 사랑하며 아끼고 살았지요. 부부로 살다가 한쪽이 실족할 때 남은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미국의 생활 풍습과 문화권 안에선 말입니다. 당신은 남편이 대통령으로 존경받을 때는 물론이고, 치매라는 병에 걸려 심지어 당신의 얼굴조차 몰라 볼 때도 십년이 넘게 남편 곁을 떠나지 않고 병구환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변치않는 애정,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 사랑하기를 자기 몸 돌보듯 하는 당신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남습니다. 요즘 티브이만 틀면 레이건 대통령을 추모하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낙관적인 인생관, 세기에 보기드문 달변가, 당을 초월하는 화해자, 냉전의 높은 벽을 허물어뜨린 위대한 정치가, 그러면서 늘 유모어를 잃지않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아내를 지극하게 사랑하는 남편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각인돼있습니다. 가끔씩 영상에서 볼 수있었던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훌륭하게 잘생긴 모습에 너그럽게 웃음짓는 이웃집 아저씨 같았고, 아내는 노년의 나이에도 사이즈 5를 입는 큐트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죠. 두분의 부부애가 남달랐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같은 자리에서 모든 영광을 아내에게 돌리는 남편의 말, 위기의 상황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에서 우린 사랑의 극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자리, 대통령으로 있을 때 남편으로 섬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을지 몰라요. 때로 힘들더라도 남이 모르는 희열이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병들어 자기도 못알아보는 어려운 지경에서도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셨다니 참으로 존경합니다.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약한 체구이시나, 아주 강인한 내조자였다는 소리 들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대화가 불가능해졌을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떤 정치적인 발언도 주저치 않고 남편의 대변자가 되었다고요. 정말 당신은 외유내강한 여사입니다. 몇년전 레이건 대통령께선 알츠하이머에 걸려 아내의 얼굴조차 몰라본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미국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쯤은 가족들이나 알고있을 일이지, 뭐때문에 사방에 통고할까,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유를 알만 합니다. 언론에 그렇게 통고해야만 기자들의 귀찮은 질문이나 방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남편의 체면 관리을 잘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내린 낸시 여사님의 결론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지혜롭고 강인한 여사님께서도 남편의 관 앞에서는 떨고 계셨습니다. 핏줄이 두드러진 손도 떨리고 가슴도 떨리듯 구브러진 등과 머리가 슬픔에 흔들렸습니다. 부부가 서로 몸을 맞대고 살다가 82세난 아내를 남겨두고 먼저 홀연히 떠나간 레이건 대통령은 축복받은 사나입니다. 그만큼 세월을 산 부부 사이에선 먼저 가는 사람이 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남아서 사라져가는 사람의 흔적을 정리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둬야하는 그런 역할, 왠지 하고 싶지 않군요. 그렇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죠. 신이 내린 배역이라면. 여사님께서도 별 수 없이 남아있는 자가 되었군요. 굿바이, 로니. 속삭이는 당신의 음성 많은 여인들의 가슴에 길이 남아 사랑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부디 강건하시고 심경을 굳게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여사님께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ㅡ 조정희의 글 방 中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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