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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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대나무 숲

2017.01.12 11:10

최영숙 조회 수:274

딸네 집 이웃에는 베트남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 댁에서는 마당 끝에 대나무를 심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숲이 되었답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즈음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봄날처럼 따스한 기운이 바람을 따라 몰려왔습니다.

딸네 집을 들려보니 그 대나무 숲에 바람이 몰려가 대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대나무를 보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대나무 숲을 보면서 문득  고국의 어느 모퉁이를 지키고 있을 대나무들을 떠올렸습니다.

뒷마당에서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남도의 집집에서 자라고 있는 대나무를 말이지요.

그 집의 한숨어린 사연을, 눈물과 웃음을, 그리고 탄생과 죽음을 다 지켜보았을 대나무를 생각하면서 그 집 굴뚝에서 풍겨나오는 연기 냄새, 부엌에서 풍겨 나오는 밥 짓는 냄새, 마당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아파트가 밀고 들어와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다고 해도 제 안의 정서 속에는 여전한 무게로 자리틀고 있는 거지요.


베트남 이웃의 대나무 숲은 참으로 청청합니다.

죽순도 튼실한데다, 대나무도 튼튼하고 촘촘해서 애호박을 따먹는 사슴이 숨어들어가면 보이지도 않는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어도 정서 이입이 되질 않습니다. 

그저 새파란 대나무 숲일 뿐입니다.


저 대나무가 남북 전쟁을 보았을 리도 없고, 인디언이 물가에서 죽창으로 고기 잡는 것을 보았을 리도 없지요.

그랬을지도 모르지.. . 뭐... 그렇게 억지로 생각해봐도 제 생각의 꼬리는 자꾸 햄버거에 가서 닿습니다.

저들의 주방에서 데워지는 냉동, 통조림  음식과 너무 바빠서 가족끼리 얼굴 보기도 힘든 일상이 겹쳐 떠오릅니다. 

그것이 제 눈 앞의 현실이며 정서이고 감상입니다.


그렇네요.... 제 눈 앞에서 저렇게 바람에 뒤흔들리는 대나무를 끌어안는 일이 저의 글쓰기의 시작이 되어야한다는 깨달음입니다.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지 내 안의 퍼즐을 끌어내는 일이 부질없고 무가치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 문학 서재를 방문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정유년 새해에도 여전히 복되시길, 행복하시길,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2016년 1월 12일

최 영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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