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모음/정용진 시인

2013.07.16 07:30

정용진 조회 수:2602 추천:47

짧은 시 모음/정용진 시인

바다 물결

내 귀는 한 개의 조개껍데기
그리운 바다 물결 소리여.   -장. 콕도.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침침삼경(月沈沈三更)
양인심사 양인지(兩人心思 兩人知)

달빛 어두운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

가을 백사장      

누가 걸어갔나.
은빛 모래밭
외줄기 기인 발자국.

언제 떠나갔나.
자국마다 고인
애수(哀愁).

가슴을 두드리는
저문 파도소리.    -정용진.



봄이다.

나비가 날고 있다.
말, 말, 말,
무책임하게
쏟아놓은 말들이
까마귀가 되어
강산을 누비고 있다.

갑자기 어지럽다.   -정용진

걸인

하늘은 깡통이다
깡통은 밥이다
나를 살려준 것은 완전히 깡통이다.   -정용진.



밤마다 꿈을 꾼다.
꿈마다 호랑이를 만난다.
걸음아 날 살려라.   -정용진.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안도현.

달팽이.2

너는
우주 최초의
모빌 홈 소유자.   -정용진.
감자 꽃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콩, 너는 죽었다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저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 가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아무리 배가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
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
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 소
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우는 소     -검정교과서 국어 ‘3학년 1학기’ 전문.

남산(南山)  

산울림
꽃구름
고요 속
떠는 잎

빈 세월
도는 해
목잘린
돌부처     -김기문.

가을연가

나는
이 가을
타오르는 단풍처럼
붉게 죽겠다.

사랑스러운
너의 뜨거운
눈물을 위하여.    -정용진.

들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를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천양희.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1945-

모란    

의무교육을 받던 시절 나는 오촌 오빠에게 못 생겨도 좋아 매치매치바 두 개 얻어먹었어요. 서울역에 내려 가정부로 갔을 때, 게브랄티를 장복하는 주인아저씨가 두 돈짜리 금반지를 사 주더군요. 역시 중요한 건 돈이었어요. 여관 조바로 있을 때는 고스돕 하던 일곱 사내와 한 방에서 삼만 오천원을 받기도 했어요. 한 번은 군대 나가는 아이들 세명에게 공짜로 주었더니 그 애들이 울더군요. 나도 울었어요. 눈물이야 틈나면 한꺼번에 쏟으려고 감춰뒀지만 나에게도 줄 수 있다는 게 고마와서 삼분지 일만 눈물을 흘리기로 했죠. 그 애들이 말했어요. 넌 국민훈장 모란장감이야. 편지할께. 그렇지만 모란이 아무 때나 피나요. 모란이 피면 꽃잎에 더운 눈물을 씻고 다시 시작할래요. 그냥.     -박세현.

세 여 동서들의 글짓기

서울 명판서 댁 삼형제가 외관(外官)에 제수되어 시골로 떠나가고 집에는 며느리 셋이 비비며 사는데 그들도 한다하는 양반집 규수로 시집 온 터에 글을 많이 읽었는지라 시문에 능하더라. 하루는 셋이 모여 심심하기도 해서 시를 짓기로 하고맏동서가 운자(韻字)를 띄우니 "질"이라맏동서 명월사창(明月紗窓)에 바느질 이라둘째동서 백사천변(白沙川邊)에 빨래질 이라셋째동서 야반삼경(夜半三更)에 서방질 이라이들의 대화를 엿듣던 머슴 왈 남편귀가(男便歸家)에 매찜질이요 하더라.   -고전.

화살

비너스(Venus)
너의 심장을 향해
화살을 쏜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네 심장에 박혀
솟구치는 뜨거운 피를
듬뿍 찍어
사랑이라 쓴다.   - 정용진.

붉다.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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