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깡통/정용진 시인

2013.07.18 13:33

정용진 조회 수:340 추천:45

대통령과 깡통
                     정용진(시인)

청빈과 무소유의 철인 디오게네스(DioGenes)는 일생을 통하여 한 벌의 옷만을 걸쳐 입고 한 자루의 지팡이와 그리고 개나리 봇짐에 통(桶)을 집 삼아 많은 기행과 일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알랙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가서 소망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자. “아무것도 없다.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고 말 하였다한다. 그때 대왕은 “나는 알렉산더 대왕이 아닌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고 술회하였다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고 동물과 다른 것은 위대한 사고성과 빛나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찰에 이르는 깊은 사유, 그리고 사물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작용이 둔탁해지고 흐려질 때 인간으로서의 본래의 자리를 잃고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산중의 왕 호랑이도 자신의 배가 부르면 옆에서 뛰노는 토끼가 예뻐 보인다는데 하물며 사고성의 위대함을 지닌 인간으로 서랴. 옛날에는 왕으로 즉위하려면 이에 앞서 왕도를 배웠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통치자로서의 자질도 없고 통치의 도를 배우지 못한 채 김재규 거사이후 무력을 사용하여 갑자기 우리 민족사에 등장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피로서 피를 씻는 동족 살상의 죄악을 반복한 비정의 역사의 주인공이다. 앞으로 박정희. 전두환 두 사람은 연산군. 숙종처럼 사극에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할 것이다.
12.12사태 5.18사건, 삼청교육대등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들과 국고 찬탈의 부정축재로 민족을 괴롭히고 국가 재정을 훼손한 장본인이다. 지난 96년 12월16일 12.12. 5.18사건과 비자금사건 선고공판이후 6년4개월 만에 지난 4월28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26 신진우 단독 판사 앞에 섰다. 97년4월 2천2백4억 원의 추징금 확정 판결을 받고 현재까지 314억 원을 납부한 상태로 같은 혐의로 78%를 몰수당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신 판사는 미납금 1500억 원은 어디에 썼느냐고 따졌고 그의 현금 재산 목록은 29만1천 원 이 전부라고 대답했다.
“재산 한 푼 없이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다니나?” 아들 같은 젊은 판사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이라 골프협회에서 그린피는 내주고, 그동안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도와준다.”는 대답이었다.
참으로 한심하고 서글픈 인간의 모습이다. 기개가 충천하고 활달하기로 소문난 이분이 어쩌다가 이렇게 변질되었는가. 국민이 못 믿고 개도 웃을 참담한 모습이다. 겉모습은 야인시대의 김두한을 흉내 내나 그 행동은 건달들의 정확하고 깨 끝 한  승복의 정신을 닮지 못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총칼의 서슬이 시퍼럴 때 우리민족의 스승 함석헌 옹은 그들의 안하무인 적 행동을 견디다 못해 사상계(思想界)에 “전쟁과 똥”이란 글을 썼다. 본래는 군인 잡지에서 청탁한 원고였는데 도저히 못 싣겠다고 해서 되돌려온 원고였다. 내용인즉 “똥은 역사의 찌꺼기다. 군인은 역사의 똥을 치우는 똥 군인데 똥을 치울 생각은 안하고 똥별을 달고 백주에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라는 빗나간 군인들의 행동에 핵심을 찌르는 지적으로  이로 인해 발행인 장준하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감옥을 찾아간 함선생은 “준하는 바쁜데 내가 대신 들어가 앉고 준하는 풀어주지?” 일갈하였다.
그는 장군이었으니 손자병법과 육도삼략(六韜三略)은 읽었을 것이다. 3천 년 전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은 긴 문도. 무도. 용도. 호도. 표도. 견도로 용병의 지략을 구분해 병법의 진리를 서술하였다. 후세에 이를 병서의 귀감으로 여겨 무경(武經)이라 불리 워 졌다.
여기에 보면 “천하는 한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곧 천하 사람의 천하입니다. 천하를 취하는 것은 마치 야수를 쫓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천하가 모두 고기를 나눌 마음이 있으며, 배를 같이해서 물을 건너는 것과 같아서 건너게 되면 모두 그 이(利)를 같이하고 패하게 되면 모두 해(害를) 같이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두 이를 여는 것이 있을 것이며 닫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天下者 非一人之天下 乃天下之天下也 取天下者 若遂野獸 而天者皆 有分肉之心 若同舟李濟 濟卽皆 同其利 敗卽皆 同其害 然卽皆 有李以啓之 無有以閉之也)라고 일러 주었다.
국민의 재산을 훔쳐다가 토굴 속에 감춰두고  한겨울 차가운 밤에 고무래로 무와 배추뿌리를 꺼내다가 나와 내 자식이 대대로 즐겨 먹으면서 기뻐한다든지, 산 속에 다람쥐가 늦가을이 되면 계집을 여럿 얻어 알밤 개암 도토리 등을 토굴 속에 가득 채운 후 성한 년들은 다 내쫓고 눈먼 계집 하나만 남겨 자기는 알밤 개암 등 고소한 것만 먹으며 달공 달공 하고, 눈 먼 계집에게는 떫고 쓴 도토리만 주어 쓸공쓸공 하면서 눈 덮인 긴 겨울을 함께 넘긴다는 우화와 무엇이 다르랴. 그가 불자(佛子)로서 자의 건 타의 건 만해 한용운 스님이 수행하던 백담사에 기거한 일이 있으니 이 일쯤은 아는지 묻고 싶다. 하기야 백담사를 떠나오면서 내가 세상에 나가면 손봐줄 놈 많이 있다 하였다하니 이를 어찌하랴.
선승(禪僧) 법상(法常)이 스승 마조(馬祖)선사에게 부처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마음이 곧 부처니라.”(卽心卽佛)의 진리를 듣고 심산에 은거하여 30여 년을
수행하다 지팡이 감을 찾다 길을 잃은 은자에게 발각되었을 때 스님은 이 산에 들어와 계신지 몇 해나 되었습니까? 물으니 “둘레의 산이 푸르럿다가 누래졌다 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네.” 그 후 수행 처를 들켜 더 깊은 산으로 옮겨가면서 남긴 말씀이 “한 연못에 연잎으로 걸치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몇 그루 잣나무 열매로도 먹고 남았네. 함부로 세인에게 거처가 알려졌으니 풀집을 옮겨 더 깊은 데로 들어가노라.” 그 후 이 소식을 들은 스승 마조대사는 “매실이 잘 익었구나.” 칭찬하였고 뒤에 법상은 불교계에 큰 지도자가 되었다.
젊은 판사로부터 재산명시신청과 보정명령을 받았으니 “재산명시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악덕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제도이니 얼마나 한심하고 불쌍한 말년의 치욕인가? 이 가난한 죄인을 위하여 전국 불자들이 보시(布施)라도 하여서 국가의 손실을 갚아주었으면 싶다.
자식 만대에 호의호식을 위해서라면 자식들을 바닷가로 데리고 가서 낚시 대를 손에 쥐어주고 고기는 이렇게 잡는 것이다 방법을 일러 주어야 아비가 죽은 후에라도 자식들이 바로 살 수 있지 내가 많이 훔쳐 놓았으니 편안히 잘 먹고 잘 살아라 한다면 후손들의 갈 길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필리핀의 마르코스가 많은 국고를 유린하여 차명계좌로 돌려놓았으나 그가 비참하게 죽은 후 하나 같이 오리발을 내밀었고, 이락의 후세인의 멸망을 보면서 깨달음이 없다면 진실로 한심한 일생이다.
성경(사행 5:1-11)에 보면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재산을 팔아 숨기고 진멸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님과 인간을 속이고 어느 곳에서 살 수 있겠는가? 자손만대에 영광인 대통령의 명예를 얻었으면 이로서 족하지 국고 찬탈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성경 누가복음 12장에 보면 어리석은 부자가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하셨다.
만인지상의 대통령을 지내고 조석이 간데없어서 종로로 깡통을 들고 다닌다면 홍익인간의 예를 배운 우리 국민들이 그를 그냥 놔두겠는가? 참으로 가치 없이 어리석은 삶의 표본이다.  
철인 디오게네스가 백주에 등불을 들고 다녔을 때 왜 그렇시느냐고 물으니 “세상이 너무 어두워서 그런 다.” 하였다 한다. 들을 귀 있는 자는 참 진리의 말씀을 듣고 옷깃을 바로 여미기 바란다.  진리와 정의가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이 온 인류의 아름다운 소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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