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시인의 에세이 시인과 농부  추천의 말
                                                 高 銀(詩人)

이 세상에 와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내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라. 그 여러 사람 가운데 정용진도 있다.
바로 우리가 서로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나
나에게 그는 해묵은 사람인 것만 같으니 웬일일까. 그래서
그의 시도 산문도 해묵은 낮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미주 샌디에고는 보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그런 도시다.
그 일대의 넉넉한 바다는 또 어찌 그다지 죄 하나 지어 보지 않은
쪽물로만 가득한지. 이런 자연을 감히 인간이 따를 수 있을까.

그 샌디에고 교외 저쪽으로 돌아가노라면 거기 황막한 훨부룩 언덕배기 드넓은 평지에 온통 장미꽃 5만 송이 피어 아침 이슬을 한껏 머금고 있는 농원이 있다. 그 농원에 시인 정용진이 그의 부인과 함께 밭두렁에 나와 있는 것이다. 두 아들은 동부 보스턴으로 서부 대처로 나가 있다.
저녁이면 그 부부는 흡사 바르비종의 밀레 만종 풍경이 리라.
정용진은 이곳을 그의 제2 모국으로 삼고 시의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얼굴빛은 대지 위에 내리 꼿히는 햇살을 피하지 않아 늘 번들번들 땀이 밴 구릿빛 얼굴로 함박웃음을 웃어 영락없는 평생 농부인 그이다.
밤이면 몸을 단정히 한 책상머리에서 혹은 시를 가다듬고 혹은 수필을 쓰다가 말다가 혹은 고금의 책을 읽어 가기도 하는 것이다.
진작에 그는 (강마을) (장미밭에서)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 를 내 놓았고, 에세이집 (마음밭에 삶의 뜻을 심으며)도 간행한바 있다.
이 산문집 (시인과 농부)도 그 이후의 것들을 모아 배열한 것이라 한다.

내가 2년 전 미 체류 중 마침 서부에서도 몇 차례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정용진을 만난 것이다. 만나자마자 허허로운 심덕에 호응한 나머지 그의 집까지 마다하지 않고 가보았던 것이다. (그들 부부는 내가 잔 방을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다 한다.)
그 이래로 그는 나에게 복된 아우이고 나는 그에게 그냥 막막한 형이 되고 말았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과 이사장을 중임했고 또 미주문학상도 수상했는데, 그만큼 객향에서의 그의 모국어 수호는 먼저 그 자신을 구원하는 것과 함께 이웃의 위안이 되는 의의로 나가고 있다.
그의 시세계 또는 에세이의 표현들은 한결같이 자연, 산, 시대에의 성실한 귀의와 인간 옹호를 주조로 삼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장점을 불어 일으키고 때로는 비탄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를 말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서정’그것이다. 이민 생활의 수고 중에도 이런 인간에 대한 고전적인 애찬이 있어 그가 가꾸는 꽃은 장미만이 아닌 것이다. 글 중에는 아직 밭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좀 덜 마무리된 곳도 더러 보이는데. 나는 이런 곳에서도 그의 시인 농부로서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이다.
언제 만나 포도주 한잔 하세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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