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1-13

2012.04.20 18:25

유봉희 조회 수:223 추천:31

  관 계   유 봉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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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수평선은 안개로 풀려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파도가 모래사장을 물었다 놓았다
한 마리 물새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풀어진 수평선을 다시 끌어내어
날개 높이를 재야 하는지
부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열 걸음 오른쪽
물새쪽으로 자꾸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물새는 나를 보지 않는다
몇 걸음 물새쪽으로 걸어가 본다
물새는 아주 천천히
내가 다가선 만큼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그와 나와의 일정 거리를 만든다
일정 거리를 지키고 싶어한다
다시 미동도 않고 바다를 향해 선다
나도 그렇게 무관심을 가장하고 서 있을밖에
흰 거품을 문 파도만
바싹 발 밑으로 다가서고 있다.





  CORELLI, "La Follia" Violin Sonata in D minor Op.5 #12, The Avison En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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