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화를 내는 이유

2020.03.20 19:37

김학 조회 수:2

세종대왕이 화를 내는 이유

-입마개 & 마스크-

김학

요즘 거리에 나서면 입마개를 한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진풍경이다. 더구나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크고 작은 약국 앞에는 가족을 지키고자 입마개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라19가 창궐하면서 빚어진 색다른 장면이다.

코로라19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풍습들을 바꾸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나면 으레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었다. 그런데 코로라19는 그 악수 대신에 서로 주먹이나 팔 또는 구둣발을 부딪치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친밀감을 나타내게 되었다. 또 오랜만에 어른을 만나면 입마개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게 도리였다. 그런데 요즘엔 벗고 있던 입마개를 다시 걸치고서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 노인들의 면역력이 약하니 노인들 앞에서는 입마개를 꼭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라19가 번지면서 입마개란 말 대신 마스크란 외래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도 마스크라 하고, 공무원들도 브리핑 때 마스크란 단어만 사용한다. 좋은 우리말 ‘입마개’가 있는데도 왜 ‘마스크’란 외래어만 쓰는 것일까? 세종대왕이 화나게도 생겼다.

코로라19가 번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렇게 권하고, 신문이나 방송도 그런 충고를 한다. 그뿐 아니라 타지에 사는 아들딸들도 가능하면 외출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러니 그 권고(勸告)를 어떻게 어길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 씨름 등 스포츠 행사도 관중 없는 경기를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도 방청객 없이 공개방송을 하지 않던가?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나 크고 작은 축제들도 취소되거나 미루어지고 있다. 극장도 관객이 없어 배를 곯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종교단체도 신도들이 한 곳에 모여 예배를 보지 못하게 하라고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일요일에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보고 감염자가 나타나게 되자 지탄을 받고 있다. 세상살이 풍속도도 엄청나게 바뀌어 버렸다.

초‧중‧고‧대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에 학부모가 참석할 수 없게 되니 자연히 꽃다발도 주고받을 수 없게 되어 화훼농가들이 울상이다. 또 졸업축하 회식도 할 수 없으니 식당도 파리를 날린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회식을 못하고, 퇴근길에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던 퇴근문화도 사라졌다. 세상살이가 너무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노인들의 쉼터인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조차 문을 닫으니 노인들은 하루 아침에 자기들의 쉼터를 잃고 집에 갇혀 산다. 하루 세끼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노라니 가까스로 피했던 삼식이란 호칭을 다시 듣지 않을 수 없다. 분당에 사는 내 동생은 갈 곳이 없어 동네 뒷동산에 올랐다가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는데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실려 가서 수술을 받고 닷새 만에 퇴원하여 지금은 다시 방콕생활중이다. 그 동생의 푸념을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정기적으로 다니던 헬스클럽이 문을 닫아서 동네 공원 운동기구를 찾아갔더니 그것도 사용할 수 없게 묶어 놓았더란다. 그래서 혼자 뒷동산에서 산책을 하다가 비에 젖은 낙엽을 밟아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코로라19가 크고 작은 모임들을 다 취소하게 하거나 뒤로 미루게 하니 무료하기 짝이 없다. 갈 곳도 없고, 오라는 이도 없으며, 만날 사람도 없다. 그런데 시간은 흘러서 또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가까스로 점심을 때우고 나면 또 금세 저녁식사를 하란다. 날마다 세 끼 식사시간이 왜 그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눈치가 보여 날마다 좌불안석인데 말이다.

며칠 전 이종사촌 여동생이 큰딸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다는 문자를 보내 주었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그 결혼식에 참석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기에 축의금만 보내주겠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결혼식기념사진을 보니 하객들은 모두 흰색 마스크를, 신랑신부 가족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치 어떤 조폭단체의 기념사진 같아서 웃음이 났다. 내 이종사촌동생도 그런 결혼식기념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고희가 넘으면 애경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결례가 아니라고 한 선인들의 가르침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라19 감염시대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부터는 텔레비전에서 ‘사회적 거리 2m’를 잘 지켜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연인이나 부부라 해도 바짝 붙어서 팔짱을 끼고 다녀서도 안 될 성싶다. 코로라19가 사라지더라도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고 아내와 함께 나란히 누워서 자는데 불시 점검반이 찾아오면 어떡하나?

날씨가 좋으니 아내의 손을 잡고 아중호수 둘레길이라도 걷고 싶지만 ‧참아야 할 모양이다. 나라가 말리는데 어찌 그걸 어기겠는가? 이렇게 코로라19가 온 나라와 온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 코로라19가 6대주로 번지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라19 때문에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요즘엔 여행사들이 개점휴업중이고 방콕생활이 언제 풀릴지도 모르니 올해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번지고 있다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세계 120여 개 나라가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어서 바빠야 할 여객기들이 제 나라 공항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는 보도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소멸되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와 경북 경산‧청도‧봉화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감염병 사례로 특별재난지역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었으니 앞으로 해당지역 주민들은 전기요금, 건강보험료, 통신비,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을 감면 받고, 예비군 훈련도 면제 받는다. 그밖에도 피해복구와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같이 부담한다. 재난으로 사망‧부상한 주민에게 주는 구호금, 주 소득자의 사망‧부상이나 휴폐업‧실직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주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등은 원래 지자체에서 100% 부담하게 돼 있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국비에서 70%가량을 지원한다. 피해 복구비도 50%를 국가가 지원하게 되니, 해당 지역 주민들로서는 얼마나 다행인가?

코로라19가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코로라19 때문에 큰 피해를 당한 대구‧경북을 돕는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다. 의사와 간호사, 소방대원, 119구급차, 자원봉사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달려가 도왔고, 구호품들도 대구로 보내주었다. 인정어린 우리 겨레의 미풍양속이 되살아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참으로 우리는 정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겨레가 아닐 수 없다.

온 세계가 한국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라19 대처방식에 찬사와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코로라19 대처능력을 한 수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자가격리 환자들에게 식품상자를 배달하는 유튜브 영상이 세계 누리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영상에는 "한국은 항상 위대한 사람들을 가진 위대한 나라였다" "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라며 수많은 칭찬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ABC뉴스가 지난 14일 올린 1분51초 분량의 영상이다. ‘자가격리 환자들에게 음식물 박스를 배달하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Volunteers in South Korea deliver boxes of food to people in self-quarantined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도의 젊은 자원 봉사자들이 음식물 상자를 준비하여 코로나19로 자가격리 환자들에게 물품을 직접 배달하는 과정이 담겼다고 한다.

영상에 따르면 경기도는 1,500~2,000개의 박스를 도내 자가격리 환자들에게 배달했고, 대구에는 1만5천 개의 박스를 전달했다고 한다. 상자에는 사과와 배,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과 사골곰탕, 삼계탕 등 즉석 보양식 82달러(약 10만원)어치의 물품이 들어 있단다.

이 영상은 10만회 이상 조회했고 댓글은 500개가 넘게 달렸단다. 댓글은 이들 젊은 자원봉사자들과 한국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우리는 화장실 휴지 하나 가지고도 싸우는데 한국은 사재기가 없다"는 반성의 댓글도 많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항상 한국은 위대한 국민을 가진 위대한 나라였다"고 칭찬했다. 한 댓글은 또 "위기는 민중들에게서 최선의 것과 최악의 것을 이끌어낸다. 위기가 끝났을 때 어느 나라가 놀라운 나라였는지 기억하자"며 한국을 기억하겠다고 했단다.

한 댓글은 "한국은 정말로 위대하다. 다른 나라들이 배워야 한다"고 했고, 한 사용자는 "우리와 이들의 차이점은 이들이 서로를 돕고 있는 동안 우리는 화장지를 두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라고 썼다. 다른 한 댓글은 "한국은 감염을 막기 위해 자가 격리자들의 쓰레기를 미리 치워주었다"고 설명했다.

"자랑스러운 한국", "이 영상을 보니 내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 눈물이 고인다. 최고의 인간적 친절함"이라는 댓글도 있었고, "한국은 역사적으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뭉쳤던 나라다. 위대한 기술과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머리 좋은 민족"이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코로라19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우리나라 의사들의 치료법이 높이 평가를 받고 있으니, 훗날 노벨의학상이라도 받게 될지 누가 아는가?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게 전화위복의 큰 선물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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