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향기

2020.04.11 18:32

최동민 조회 수:3

아내의 향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최동민

...

구름 한 점 없는 상쾌하고 맑은 날씨다. 여느 때 같으면 벚꽃 구경을 하며 봄꽃을 찾아 명소를 관광하기에 바쁜 계절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코로나 19로 전국이 비상사태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밖에 나가서 활동하기가 어렵다. 집에서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을 하면 좋은데 마땅히 할 일이 없다. 그래도 나는 농장에서 할 일이 있어 다행이다.

지금은 4월 초순이다. 이때가 농부들에겐 제일 바쁜 때이다. 영농계획에 따라 씨를 뿌리고 관리를 해야 한다. 공부도 때가 있듯이 농사도 때가 있다. 작물의 씨앗은 지금 뿌려야 할 때이다. 밑거름을 주어 밭을 갈고 고랑을 정리하여 필요한 작물의 씨를 파종하거나 시장에서 어린 묘를 사다가 심는다. 심은 묘목에 물을 주고 지주를 세워주기도 한다. 아침 일찍부터 밭에 나가면 해가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쉴 사이가 없다. 밭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요즈음 아내는 집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소일하고 있다. 조금 지루했는지 나를 따라 농장에 갔다. 아내가 농장에 오면 비상이다. 이제까지 어지럽게 늘어놓은 자재들을 보면 잔소리가 또 시작될 것이다. 아내는 일보다 주변 정리를 먼저 한다. 정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의 뜻에 따라 하나씩 정리해 갔다. 정리를 하고 나니 말끔하여 보기 좋았다. 오늘은 쓰레기와 자재를 정리하고 마무리를 했다.

농장 주변에 측백나무 울타리가 무성하다. 그늘이 많이 생겼다. 주변의 작물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형님의 도움을 받아 측백나무 울타리를 모두 없애 버렸다. 그러나 아내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 아까운 나무를 모두 없애버렸다며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새롭게 남천묘목을 주변 묘목업자한테 구입하여 심기로 했다. 새롭게 남천으로 울타리 조경부터 시작했다. 내가 구덩이를 파면 그 곳에 묘목을 아내가 심고 마무리했다. 이렇게 50주를 심고 나니 몸이 나른했지만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마무리를 했다. 벌써 해가 저물었다. 다 하지 못한 일을 남겨놓고 오늘 일을 마쳤다.

농사일은 풀과의 전쟁이다. 잡초를 없애려고 잡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그래서 농협에서 잡초매트를 구입했다. 매트로 덮는 작업을 아내와 같이 했다. 혼자서 일할 때보다 함께하니 힘이 덜 들고 재미가 있었다. 아내는 나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일 처리를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오늘은 통행로만 깔고 정리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저녁 식사까지 갓 따온 채소로 맛있게 했다. 마치 소풍 온 것처럼 좋았다.


날씨가 참 좋았다. 따뜻한 봄날이다. 오늘도 아내가 먼저 서둘렀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내와 함께 농장으로 향했다. 개나리꽃이 만발하고 벚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20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다. 오늘은 주변의 나무를 재구성하여 옮겨심고 꽃밭을 정리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작약을 모아서 경작지 대부분을 작약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쪽엔 아담하게 벽돌로 꽃밭의 경계를 만들었다. 여기에 주변의 화초들을 옮겨 심으며 꽃밭을 정리했다. 아내가 원하는 일을 해 주니 일이 수월했다. 아내도 즐겁게 일하며 고된 줄 몰랐다. 차근차근 한 가지씩 마무리를 해나갔다. 아내의 손길이 닿는 곳엔 아름다운 향기가 피어났다. 아내의 향기는 진한 장미향처럼 향기로웠다. 옆에 있기만 해도 좋은 데 이렇게 일을 잘 마무리해 주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랑스러운 천사 같았다.

농장이 참 아름답고 보기 좋게 변했다. 이렇게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어느덧 점심 때가 되었다. 아내는 싱싱한 채소를 준비하여 맛있는 점심을 차려 놓고 나를 불렀다.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아내의 봄바람이 이렇게 훈훈한 줄을 모르고 살았다. 아내의 손끝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아내의 봄 향기가 피어났다. 이렇게 정원을 가꾸며 농사일을 해보니 아내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아내의 향기가 끊임없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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