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층 죽탑
2008.03.10 08:40
열이 높아 혼절한 오후
약기운으로
간신히 떠오른 숨이 실눈을 떠민다
병상을 찾아 온 죽 자매들
씨제이 앞치마를 두르고
가나다순으로 탑을 쌓는다
녹차, 단호박, 단팥, 송이, 전복
모서리를 돌아 안정감 있게 입맛 옆에 숙인다
방문* 온 배려가 높이 탑을 오르면
겸손하게 내려가는 신열
옛날
언어가 훼방 놓아
하늘에 못 닿은 탑하나 알고 있다
오늘 내려가는 신열만큼 낮아지는 자아
죽 자매들 여리고 성을 외치며 들어 와
생명을 키 크게 한다
없어진 그 자리에 계속 자라는
회복의 탑
남은 나의 쾌청의 날
탑돌이 심장 하나의
죽 택배인이고 싶다.
*선배권사의 병문안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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