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자전거를 끌고 간다
2008.03.19 04:21
부석거리는 시름의 가죽 두르고
멀리서 개가 자전거에 매달려
生의 주어진 길 따라 오고 있다
옛 성터의 흔적으로 남은 몰골은
몇 끼니 건넜을지 모를 등가죽
고인 빗물에 내민 혀가 유난히 붉다
바퀴에 닿아 비명 지르는 등짐
표정 없는 걸인이 당겨버린 목줄
목줄로 마른침 삼키며 뒤돌아 볼 뿐
잔영으로 남은 기억에 비 내린다
완고함을 가장하여 적당히 타협하고
어둠에 선 배반 향해 두리번거릴 때
고집의 목줄 당겨 윤기 잃은 육신
축 처진 하루가 철지난 외투 같다
얻기보다 잃은 것 많아 생긴 변명들
삶이 정직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북극 설원 향해 지치는 순간까지
썰매 끄는 알라스카 허스키처럼
바퀴가 지상에 시간을 굴리는 동안
개가 걸인 끌고 가는 모습 보고 싶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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