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눈

2008.05.07 17:13

이월란 조회 수:0

솜눈


                                         이 월란




밤이 하얗게 사라지고 있다

해 아래 고개 든 봄의 정수리 위에도

아직 종료되지 않은 한(恨)을 하얗게 부수어 내린다

지각 없는 천지에 소복을 입히고

문신처럼 새겨진 항간의 낙서들을 지우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저리도 잊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청정한 햇살 아래 저리도 버리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밤이 하얗게 지워지고 있는 어둠 속에

뜬 눈으로 뭇가슴 지새길 저리도 바라고 있었던가

버선발로 뛰쳐나오길 바라는 임의 소식

그리도 낚아채고 싶었던가

별 따려 하늘 바라던 두 눈이 그리도 역하던가

무명의 몸살을 언땅 위에 패대기를 치고

무참히도 밟아내고 있다

모질게도 입을 막고 있다

삼킨 비명은 정화된 토사물처럼 쌓여만 가고

빙초산같은 손으로

봄밤의 신화를 잠재우고 있다


                                          200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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