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셔 눈부셔
2008.05.10 12:05
눈부셔 눈부셔
이 월란
가슴이 달아나요
난 비었대요
헐렁헐렁 비었대요
그런 날은 먼셀 표색계 10G 5/10 의 초록 옷을 입고 숲으로 가요 언어의 숲으로 가요 인연의 숲으로 가요 초록은 제빛이 좋대죠 달아난 가슴도 초록 옷을 입고 나무가 되어 서 있죠 그늘의 밀짚같은 마음도 숲에 제 키를 맞추죠 잡목들이 굴뚝처럼 울컥울컥 푸른 검댕을 내뿜고 총총히 달려온 밀림의 짐승들이 나무즙을 핥는 소리 묵은 가지들을 찢고 나온 무성한 슬픔들 지독한 난산 땅의 분만으로 걸어다니는 직립의 나무들 나무들
아
눈부셔
눈부셔
햇살이 추락하고
별들이 무덤 짓는
저 숲은 눈부셔
200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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