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실에서

2010.10.28 08:40

이주희 조회 수:84


병실에서 / 이주희

길가는 고양이에게 어디를 가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찔한 파므 파탈의 도발적 시선으로 응답을 자른 고양이는 긴 꼬리를 담 너머로 감춘다 이미 아주 먼 옛날로부터 굴절돼버린 한 때는 고혹蠱惑)으로 빛났을 저 눈 흘김 수천 번의 공중나비로 내려앉고 싶은 곳에 사뿐히 내려앉은 흰자위 같은 눈발처럼 저 담을 자유롭게 넘어설 수 있을까 이렇게 아플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하던 때도 발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야 하던 때도 내 의식이 오로지 부정문만 쓰고 있었다면 어찌 죽음의 맛을 간만 보고 말았을 것인가 찰라 조차 두려움을 앓는 병실에서 지금은 열중쉬어 버티는데 까진 버티고 살아봐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박제당한 시간 저렇듯 폼 나게 창문 밖을 걸어 나가고 있다 -(소리비)에서- -(外地) 2014.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