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과 거짓 세상
    
                                       조옥동/시인
사람들은 슬픔이나 기쁨의 감정이 마음에 공명을 일으킬 때 눈물을 흘린다. 지난 번 칠레의 샌호세 광산에서 발생한 매몰 사고는 정작 사고발생 뉴스 때보다 구출 소식에 더 많은 감격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눈물은 눈물샘에서 분비하여 안구를 보호하도록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이 있고 양파를 벗길 때처럼 이물질이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이 있다. 신비로운 것은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이 흘리는 감정의 눈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기쁨과 슬픔 또는 분노에 의해 부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흘리는 눈물이 그것이다. 이런 눈물은 감정의 분출구 역할을 하여 스트레스를 덜고 안정을 찾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간장을 녹여내는 눈물이 있고 고통을 견디며 흐르는 땀과 같은 짠 눈물도 있다. 실제로 감정의 눈물은 보통 눈물보다 나트륨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극한의 상황을 접할 때 '눈물겹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한 시인은 눈물을 압화(壓花) 곧 '눌러놓은 꽃'이라 표현 했다.

성장하면서 감정을 다스릴 만큼 이성이 발달하면 눈물을 억제한다. 때로 여자의 눈물은 자기의 감정을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비교적 약한 것같이 모처럼 흘리는 남자의 눈물은 여자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 힘이 있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경기 때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보고 중국의 한 여성이 공개구혼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남자의 눈물을 말할 때 네로 황제의 눈물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항상 시를 읊고 다녔고 감동되거나 슬프지도 않은 시를 들을 때마다 로마인들은 억지 눈물을 흘리며 감탄사를 연발해야 했다. 영화 '쿼바디스'에는 불타는 로마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폭군 네로 황제가 억지로 양 눈에서 찍어낸 눈물을 눈물단지에 담는 기이한 장면이 있었다.

네로 황제의 눈물을 거짓과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에 비유한다. 먹이를 먹을 때 눈물샘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동일하여 흘리는 눈물이 먹이의 주검을 슬퍼하는 것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악어의 눈물'은 위정자가 진실을 숨기고 패자에게 보이는 위선을 빗대는 유명한 문구가 되었다.

우리는 얼마 전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미술품 '행복한 눈물'을 기억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이 1964년 캔버스에 오일로 그린 그림으로 기성 대중문화 이미지를 고급미술 단계로 끌어올림으로써 미술의 '고상함'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미술의 대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거의 8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빨간 입술을 반쯤 벌리고 눈물을 흘리며 애처로운 눈빛을 한 여자 캐릭터가 들어간 만화는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흘러간 그 옛날 문화'라 한다.

이 예술품이 한국에선 비자금이란 검은 뒷거래의 표적이 되어 '행복한 눈물'이란 주제와는 달리 그림에서 행복을 엿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올해 남은 기간엔 진정으로 행복한 눈물을 더 많이 흘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아침에' 10-26-2010/미주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