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숨결
2008.07.07 22:23
대지의 숨결
밤낮으로 열기가 식지 않는
저 사막의 모래 위에 누워서
조용히 눈을 감고
대지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
눈뜨면 떠오를 얼굴
대지를 밝히는 사막의 등불처럼
둥글게 차오르는 얼굴은 누구일까
등골아래 알알이 흘러내리는
모래알들의 간지러운 열기에
옛 노자의 *현빈의 谷門이 떠올라
그곳에서 새어 나왔다는
그 신비한 비음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내 육신이 달아 오른다.
참으로 사랑한다는
살아있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요동치는 두 생명의 숨결과
꿈틀대는 동굴 속의 붉은 꽃, 꽃잎들
꽃잎이 강물로 흘러내리는
용암 같은 육신의 불길 소리를
참으로 듣고 싶다.
돌아가야 할 먼 도시의 불빛은
저승으로 가는 지옥 불빛만 같아
일찍이 사랑의 도피로 대양을 건너와
라스베가스 사막 위에서
끝내 허기와 열병으로
연인의 품속에서 죽어갔다는
세기의 카사노바처럼
나도 차라리 사랑의 열병으로
전갈의 독에라도 취해
희멀건 눈 빛으로 죽어가서
저 사막 위에 육신을 남기고 싶다.
*현빈(玄牝)의 곡문(谷門)-
노자의 도덕경에서 도(道)의 근원을 생명의 근원인 물과 함께
그 마르지않는 물을 지니고 생명을 잉태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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