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의 고향
2009.05.09 15:32
눈(目)의 고향
이월란(09/05/03)
눈의 고향은 바다래요 그래서 늘 소금물에 젖어있어야 한다네요 눈의 고향을 몰랐을 땐 가슴이 토해내는 무언의 고백쯤으로 여겼었죠 누군가 죽을만큼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경험은 쉽지 않아요 다른 일에 집중하지 않곤 난 곧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죠 숨쉬기에 집중해야만 했어요 헉헉 가슴은 조여오는데 두 눈은 한가롭게도 두고 온 고향이나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쉴 새 없이 바닷물이 흘러내렸거든요 사랑은 그런거예요 두고 온 고향처럼 한 쪽 발을 묶어 두는 것 그래서 가랑이가 찢어질 때쯤에야 그런게 사랑이라고 이를 악물어 보는 것 두 눈을 감고서야 때론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건 검은 바닷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죠 욕망의 빛을 다 벗어버린 벌거숭이 물고기들의 나신 뿐이죠 사랑은 결코 닿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절망의 연습이었어요 사랑으로 가는 길만이 사랑을 말해주었죠 두 눈은 여전히 두고 온 바다만이 그리워 푸른 세상을 뜨고 있어요 슬프다는 것의 이기적인 마음을 잘 알고 있다구요 살아 있는 꽃을 먹어도 저 뜨거운 별을 먹어도 허기질 것 같은데 죽은 것들에만 입맛 다시고 있으니 삼목향기 가득한 기억의 궁전 아래 점팔분음표의 순간들이 억겹으로 겹쳐진 서러운 악보를 차라리 빈속으로 연주하고 말아요 살아온 날들은 저 은하의 비밀을 캐는 아름다운 노역이었어요 언제라도 오대양 육대주를 너머 내 속에서 넘치는 바다, 그랬어요 눈의 고향은 그냥 바다일 뿐이래요 그저 푸르기만 할 뿐이래요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5759 | 미국 쇠고기의 시편 | 오영근 | 2008.07.10 | 64 |
| 5758 | 입술지퍼 | 이월란 | 2009.04.14 | 64 |
| 5757 | 어미잃은 아기사슴의 절망 | 강성재 | 2008.07.08 | 39 |
| 5756 | 늙은 농부의 생애 | 강성재 | 2008.07.08 | 51 |
| 5755 | 홍하(紅霞)의 해빈--------------시집2 | 이월란 | 2008.07.08 | 59 |
| 5754 | 시집살이 | 이월란 | 2009.04.05 | 55 |
| 5753 | 이드의 성(城) | 이월란 | 2009.05.09 | 61 |
| 5752 | 사랑의 지도 | 이월란 | 2009.05.09 | 55 |
| 5751 | 근시안 | 이월란 | 2009.05.09 | 51 |
| » | 눈(目)의 고향 | 이월란 | 2009.05.09 | 45 |
| 5749 | 성모의 밤을 맞이하며 | 정문선 | 2009.05.09 | 59 |
| 5748 | 어머니날 카드 | 조만연.조옥동 | 2009.05.08 | 73 |
| 5747 | 슬픈봄날 | 강성재 | 2009.05.08 | 50 |
| 5746 | 꿈 3 | 김동찬 | 2008.07.08 | 44 |
| 5745 | 본래적인 것=본능적인 것? | 지희선 | 2009.03.09 | 57 |
| 5744 | 감자밥/이상국 | 문인귀 | 2008.09.26 | 48 |
| 5743 | 대지의 숨결 | 박영호 | 2008.07.07 | 42 |
| 5742 | 꽃은 누구를 위하여 피는가 | 박영호 | 2008.07.07 | 48 |
| 5741 | 어지러운 꿈 | 박영호 | 2008.07.07 | 51 |
| 5740 | 차선을 잘 지키며 | 최향미 | 2008.07.07 |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