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가 되어

2008.08.05 02:09

김영교 조회 수:41

산책길에 절벽처럼 끝난 새의 주검을 만났다 구름, 하늘, 연, 굴뚝, 교회당 첨탑, 그리고 아버지의 모자 늘 높은 곳을 처다 보기를 좋아한 유년의 뜰, 그 뜨락은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어느 날 떼 지어 밑변이 없는 삼각형으로 날아가는 철새들 바라보았을 때의 떨림 마음속에 창공 하나 키우기 시작했다 목이 길어 학이 될까 밤눈이 밝은 부엉이가 될까 높이는 더 높이로 이어지고 겹겹이 상처테* 늘어난 오늘 체온이 달아난 깃털이 다시 일어서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 온 어릴 적 날개를 끌어냈다 아, 들리는 무수한 날개 퍼덕이는 소리 성전 지붕을 뚫고 날아오르는 소리 새의 죽음은 주검을 건너 벌써 기도가 되어있었다. *상처의 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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