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산길
2008.10.01 08:02
가을로 가는 산길
이 용 애
키 큰 팜츄리
긴 줄서기가 끝난 곳
거기, 크리스탈 호수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
그 길로
고이 접어 둔 내 속의 가을이
먼저 가서 나를 불러들여
그리운 가을로 끌고 간다
산 밑 볕살 바른 외딴집 지붕엔
붉은 고추
가을을 낮으막히 태우고
살찐 수수 이삭 다소곳한 기슭엔
크게 입 벌린 밤송이
탐스런 아람 길섶에 떨궈 놓는
내 어릴 적 가을이 거기 있다
그 길 저 안쪽엔
물기 말려 곱게 차려입은 옷
그 마저 하나 둘 벗어 놓은
가을 나무들이 기다리는 곳
그들 외로운 나무끼리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그 산 어디쯤엔가
하얀 구름 멈춰선
파아란 하늘 끝 향해
아쉬움도 버거움도
훌훌 벗어 놓고
빈 마음으로
포근포근 고운 잎 밟으며
환한 미소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가을로 가는 산길이
꼭 있을 것만 같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6119 | 둔갑술(견공시리즈 53) | 이월란 | 2010.02.15 | 42 |
| 6118 | 야바위 | 이월란 | 2010.02.15 | 54 |
| 6117 | 잿빛 바다 | 이용애 | 2008.10.17 | 59 |
| 6116 | 물안개 | 이용애 | 2008.10.17 | 24 |
| 6115 | 꿈 / 김영교 | 김영교 | 2009.02.14 | 53 |
| 6114 | 세상을 끌고 가는 차 | 이월란 | 2008.10.16 | 53 |
| 6113 | 부부 길/ 김영교 | 김영교 | 2008.10.16 | 61 |
| 6112 | 중재 | 박정순 | 2009.04.20 | 56 |
| 6111 | 수신자 불명 | 이월란 | 2011.01.30 | 102 |
| 6110 | 가로등 | 김영교 | 2008.10.02 | 27 |
| » | 가을로 가는 산길 | 이용애 | 2008.10.01 | 56 |
| 6108 | 청도가는 길 | 박정순 | 2009.02.08 | 67 |
| 6107 | 국문학의 개요(2) | 박영호 | 2008.09.28 | 49 |
| 6106 | 국문학의 개요(1) | 박영호 | 2008.09.28 | 45 |
| 6105 | 수선집 여자-----------------서시 | 이월란 | 2008.10.12 | 60 |
| 6104 |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 강민경 | 2008.10.12 | 63 |
| 6103 | 혼자 남은날의 오후 | 강민경 | 2008.10.12 | 25 |
| 6102 | 투명한 거짓말 | 이월란 | 2008.10.11 | 62 |
| 6101 | 진실 | 정국희 | 2008.10.11 | 49 |
| 6100 | 천국의 초원에서 달리다 | 김영강 | 2008.10.11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