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주

2008.11.07 04:27

김희주 조회 수:51

석류주  
                           김 희 주



                   바람이 건네준 정치판 돌아가는 소리,

                   참새가 물어다 준 사람 사는 얘기,

                   분수의 물줄기가 흩뿌린 경제 소식,

                   다급한 사이렌 소리

                   이런 저런 이야기들

                   채곡채곡 담았다가

                   언젠가 느닷없이 입을 열어

                   터져 나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들

                   아예 똑똑 따서 항아리 속에

                   가두어 버렸다



                    맨 정신으로 하는 소린

                    두려운 비밀,쓴 소리들 터져 나올까

                    소주 몇 병 들이 붓고

                    해롱해롱 벙어리 되거라



                    꿀에 꼭꼭 재웠다

                    얼마 후 항아리엔

                    시뻘건 핏물에

                    이빨들만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조정권 시인의 시평의 일부

시인들의 시대 정치적 상황에 대응하는 시적 응전 방식은 풍자와 상징이라는 양의적 경향을 낳고있다.먼저 풍자적 목소리는 미주문학 2005 겨울호에 발표된 시들 가운데 김희주의 "석류주"에서 분명히 드러나 있다. ( 중략 )

이  시에서 시인은 시인에게 들려오는 국내 소식들을 석류술 담구듯  '아예 똑똑 따서 항아리에 가둔다'는 표현으로 풍자하고 있다.

'석류주' 담그기는 즐거운 술 담그기가 아니다. 항아리에 부은 술은 '핏물로 변해있고 석류알은 '시뻘건 이빨들'로 변해 있다.

김희주의 시는 어둡고 불안한 국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언어들이 설들력을 얻는 것은 전통주 담그는 일상체험에서 착상을 떠올린 날카로운 관찰과 지적구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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