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기

2008.11.27 17:34

고현혜(타냐) 조회 수:37

그래
때로는 우리
사라지고 싶지.

전화선 코드 빼어둔 채
마지막 밤배의 고동소리처럼
아득하게

그대 숨결조차 닿을 수 없는
머나 먼 곳 으로
머나 먼곳으로
꼭 꼭
숨어버리고 싶지.

그래
때로는 우리
단절하고 싶지

말소된 호적처럼
살과 뼈의 인연마져
지워버리고

그대 그림자 조차 머물 수 없는
차가운 섬
이름없는 사람되어
자유하고 싶지.

그래
때로는 우리
그저 아무 미련없는
혼이 되어
바람처럼
흔적없이
떠났으면 하지.

차라리
바람처럼 떠나는 거야 쉽지
머물러
흙이 되고
뿌리가 되는게 어렵지.

그럼에도
우리 머물기로 했지.
날개없는 소가 되어
힘에 겨워 헉헉
식은 땀 흘리면서도
서로 엉킨 인연의 끈을 잡고
배당된 우리의 삶
어루 만지며
살아가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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